▽임시국가(Provisional State)란?〓임시국가는 국제 외교 사상 유례가 없는 국가 형태. 부시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임시국가의 지위는 주권 국가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가진 독립국가와 별 차이가 없다. 팔레스타인 임시국가는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으며 △국가 간 조약을 체결할 수 있고 △국가로서 유엔 가입도 가능하다.
다만 국가의 3요소(국민 영토 주권) 가운데 영토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시국가’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의 국경 획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미국이 이 부분에 대한 결정을 임시국가 출범 뒤로 미뤄놓은 것이다.
▽임시국가의 과제〓팔레스타인 임시국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해묵은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신탁통치 지역으로 하는 방안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은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중인 동(東)예루살렘을 돌려 받아 수도로 삼고 싶어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이건 서(西)예루살렘이건 자국의 영토라는 입장.
유대인 정착민 처리도 골칫거리다. 팔레스타인은 독립과 동시에 정착민이 모두 이스라엘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팔’ 독립 이후에도 정착촌에 대한 관할권은 이스라엘에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일정과 전망〓부시 행정부는 늦어도 내년 초엔 팔레스타인 임시국가를 출범시키고, 3년간의 과도기를 거쳐 정식으로 독립국가를 출범시키겠다는 일정표를 짜놓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의 일정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임시국가의 시한을 미리 3년으로 못박을 경우 자살폭탄테러 등이 근절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팔’ 독립국 설립안에 서명해야 하는 등 양보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과 아랍 국가들은 “‘타임 테이블’이 없을 경우 독립국가는 결코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완강한 입장이다.
‘임시국가’의 탄생과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