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월드컵 가수' 윤도현 "단순-씩씩함으로 떴죠"

  • 입력 2002년 6월 18일 16시 56분


《월드컵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국민가수’는 누굴까. 조용필? 노(NO), 서태지? 노. 월드컵 응원단의 열에 아홉은 로커 윤도현을 꼽는다. 그는 한 CF에서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른 이후 여러 응원 무대에서 우렁찬 록보컬로 ‘붉은 악마’들을 사로잡았다. 월드컵 열기로 인한 음반 시장의 골 깊은 주름살에도 불구하고 그가 록스타일로 부른 ‘아리랑’이 수록된 ‘윤도현 밴드’의 라이브 음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정도다.》

“데뷔(1995년) 이후 가장 바빠요. 잠도 하루에 서너시간. 새 음반을 내고 홍보하는 것보다 더 시간이 없어요. 15일 결혼식 준비는 거의 하지 못해 신부에게 혼났어요.”

윤도현은 신혼 준비로 한참 바빠야 할 때 월드컵 응원의 최일선에서 뛰느라 ‘즐거운’ 고생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민망할 정도로 연방 하품을 하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오! 필승 코리아’는 ‘붉은 악마’가 요청해서 불렀다. 수많은 가수들중 왜 윤도현이 ‘월드컵 가수’로 ‘간택’됐을까.

“목소리가 크고 씩씩하잖아요. 야∼아!(큰소리를 지르며) 어때요, 이만하면 목소리 큰 편이죠?”

갑자기 내지른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장난기로 졸음과 피곤함을 물리치던 그는 월드컵 응원 무대가 음악적으로도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오! 필승 코리아’는 멜로디가 단순하나 응원의 분위기를 놀라울 만큼 고조시키죠. 음악을 하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어려운 게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많아요. 하지만 아주 쉽고 단조로운 멜로디로도 얼마든지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다음 음반에는 이런 ‘깨달음’이 크게 반영될 겁니다.”

그는 한국 대 미국 경기가 열리던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응원무대에서 47만명의 관중 앞에 섰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좀 무섭더라고요. 집단 최면에 가까울 만큼 ‘붉은 악마’들이 흥분해 있었어요. 축구는 근처 호텔에 방을 잡고 매니저들하고 함께 봤는데, 미국이 선취골 넣었을 때 밖을 내다봤어요. 거짓말 안 보태고, 그 일대에 검붉은 그림자가 뒤덮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가 잠시 호텔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안정환이 동점골을 넣었고 지나가던 20대 여성이 그를 덥석 껴안고 흔들어대는 통에 당황했었단다.

“수십만명의 붉은 악마들 앞에 직접 서보니, 16강 진출을 포함해 한국 축구팀의 선전은 우리 국민 모두가 이룩한 업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응원무대에 설 땐 붉은 악마의 일원이 돼 신들린 듯 노래했죠. 그 감격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요. 나중에 제 아이한테 꼭 전해줄 겁니다.”

“신혼 준비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쑥스러운 듯 “뭐 그럭저럭”이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입이 찢어져라 환하게 웃는 새신랑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그는 담담했다.

그는 “속으로는 너무 좋아서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에요. 표현을 안할 뿐이지”라며 “신부(이미옥)는 내 음악의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축구팀의 상승 무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혼을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15일 필리핀 엘리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으며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16강 진출로 한국의 기운이 상승하는 가운데 저도 결혼을 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 8강에 오르느냐, 못 오르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16강 진출의 염원을 전국민이 이뤄냈다는 게 중요하죠. 이 작은 땅덩이에서도 지역감정이니 뭐니 하며 싸워대는데 그 작은 공 하나로 이렇게까지 국민적 화합을 이뤘다는 게 기쁩니다. 한국 축구, 아니 대한민국 파이팅!”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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