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프리즘]박세일/인재 키우는 지도자 뽑자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50분


금년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 해다. 앞으로 6개월 후면 향후 5년 간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대통령이 결정된다. 어느 나라든 지도자를 잘 뽑으면 그 나라는 융성하고 그렇지 못하면 쇠퇴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 때 올바르고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일은 국가발전과 민족장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면 올바르고 훌륭한 대통령이란 어떠한 사람을 의미하는가. 어떠한 자질과 덕목을 가진 지도자를 의미하는가.

▼대선후보 면밀히 살펴야▼

첫째,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심이 없고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야 ‘천하의 일’을 ‘천하의 마음’으로 처리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막힌 곳을 뚫어야 하고 굽은 것을 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분열되고 흩어진 국민의 마음도 하나로 묶어 내야 한다.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사심이 앞서면 이런 큰일을 해낼 수 없다. 자기 정파의 이익에 연연하거나 대중인기에 영합하게 된다. 그러면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의 이익이 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다. 사심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온다.

둘째, 늘 하심(下心)하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몸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마음을 낮추어’ 민초(民草)의 이야기를 선청(善聽)해야 한다.

옛말에 지나가는 나무꾼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과 직언을 잘 들어야 한다. 옛날 중국의 당 태종은 자신에 대해 직언과 간언을 매일 하나씩 해달라고 신하들에게 청했고 직언을 잘 하는 신하들을 포상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비극은 지도자들이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스스로 말하기를 좋아하고 비판과 직언을 멀리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셋째, 천하의 인재를 아끼고 찾는 마음이 간절해야 한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군자와 소인을 구별하는 안목이 뛰어나야 한다.

국가경영은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밑으로 내릴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천하 최고의 인재들을 열과 성을 다해 찾아내야 한다. 그들에게 전폭적인 권한과 신뢰를 주어 국가경영을 맡기면 천하는 저절로 편안해진다.

본래 ‘눈 밝은’ 지도자가 현명하고, ‘사심 없는’ 인재들을 만나면 치국(治國)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난국(亂國)이 되는 법이다. 그동안 우리의 잘못은 천하의 최고 인재들을 찾지 않고 같은 학교, 같은 동네 사람들을 찾아 국가 대사를 맡겨 왔다는 데 있다.

이율곡 선생은 “왜 인재가 없다고 하는가. 인재는 성심으로 구하면 반드시 있는 법이다”고 하셨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 개인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과연 미래의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구름같이 모이는지, 아니면 지난 시대 사람들이 과거의 부패와 특권의 부활을 위해 모이는지 잘 관찰해 보아야 한다.

넷째, 지도자는 자기관리에 엄격해야 한다. 남에 대해서는 포용적이되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

우선 돈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단순히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3기관에 공탁해 공직에 있는 동안은 재산관리를 직접해서는 안 된다.

또 친인척 관리에 엄중해야 한다. 문제 발생 소지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집권 후 측근이나 공신들에게 나라의 주요 공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대부분 정치투쟁에는 능하나 국가경영과 개혁에는 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마음 낮춘 인물 선택▼

이렇게 올바르고 훌륭한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 어려운 대통령직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보아 ‘천하의 마음’과 ‘천하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본인이나 국민을 위해 나서지 않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올바른 국민만이 올바른 지도자를 고를 수 있고, 애국하는 국민만이 애국하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데 애국하는 지도자가 나올 수 없고, 국민이 사익을 공익보다 앞세우는데 천하위공(天下爲公)하는 지도자가 나오기 어렵다.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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