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형택씨 '신앙촌'에도 개입했나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50분


경기 부천시 신앙촌 재개발과 관련한 의혹은 최고 권력자의 친인척과 부천시청 시의회 공무원들이 얽히고 설켜 비리의 종합판을 보는 듯하다. 신앙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서로 상대방의 비리를 찾아내 고소와 맞고소로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사건 내용이 복잡하지만 핵심은 과연 대통령의 처조카가 개입해 돈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의 여부다.

주민들과 재개발 계약을 별도로 맺은 기양건설과 세경진흥이라는 건설회사는 토지매입을 위해 약속어음 534억원을 발행했으나 부도를 냈고 기양건설에서 기양건설산업으로 상호만 바뀐 회사가 두 회사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재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양건설산업은 예금보험공사(예보) 관리를 받던 종금사 보유 부실채권 91억원어치를 20억원에 싸게 인수하는 과정에 당시 예보 전무였던 이형택(李亨澤)씨의 영향력을 이용했다는 것이 진정의 골자이다.

검찰은 작년 12월 기양건설이 각종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534억원어치를 3분의 1 정도인 148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의 비리와 관련해 이 회사 대표와 금융기관 간부들을 배임증재 혐의 등으로 구속할 때 예보 관련 정황이 드러났으나 이형택씨 부분은 왜 그랬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형택씨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덮어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검찰이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관련된 비리에 엄정하지 못해 빚어진 일종의 재수사라고도 볼 여지가 있다. 검찰은 주민들의 다툼과 관계 없이 과연 이씨가 공적자금 관리기관인 예보 전무라는 지위와 대통령 처조카라는 신분을 이용해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종금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기양건설산업이 싼값에 매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해서 밝혀내면 된다.

이 사건은 국민 부담으로 조성된 공적자금 비리를 엄단하는 차원에서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진정서가 어느 정도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진정인들은 기양건설이 12억여원을 예보 관계자들에게 뿌렸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치밀한 수사를 통해 진정 내용의 진위를 규명해야 한다.

이미 두 주택조합이 고소고발로 서로 물고 물리면서 검찰 경찰 직원 6명이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고 부천시의원과 부천시청 간부도 기양건설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윗물부터 아랫물까지 모두 흐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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