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데 옛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등 웬만한 기관을 능가하는 일본 특유의 정보마인드가 일본축구를 업그레이드시킨 한 비결이라는 것이다.
일본축구협회는 이미 1년 전 유럽에서 정평이 난 분석가를 동원,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월드컵 본선 출전팀들에 대한 대응 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직후 고용된 미셸 에베는 ‘유럽 최고의 축구두뇌’로 불리는 정보분석전문 스카우트로, 주요 팀들의 운용 전술을 빠짐없이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협회에 전달했다.
팀별로 20개 이상인 테이프 등 분석 데이터는 패스방식과 경기스타일은 물론 선수 개개인의 특징까지 잡아냈으며, 여기에는 16강에서 맞붙게 된 터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철저하고도 집요한 일본의 정보력은 16강 티켓이 걸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을 꺾기 위해 비밀첩보조직을 동원한 러시아와의 정보싸움에서 승리한 셈이다.
일본이 공들여 쌓은 정보력은 대표팀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수비에서 그 효과를드러냈다.
부동의 센터백 모리오카의 무릎 부상으로 러시아전에 기용됐던 미야모토는 “상대의 오른쪽 날개이자 득점루트 카르핀을 막기 위한 사전 대책으로 볼이 왼쪽에 쏠리도록 압박을 펼쳤다”며 “러시아전 무실점은 정보분석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전반을 무실점으로 방어한 것도 이같이 경기를 앞두고 철저한 비디오 분석의 효과가 컸다.
튀니지전을 승리로 이끌며 조 1위를 차지한 트루시에 감독은 경기 후 “우리의 뒤에는 스태프가 있다”며 득의 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상대의 마음 속까지 훤히 꿰뚫고 나선 일본의 주도면밀한 정보 전략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란 만고의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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