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두영/보험社 지배 미련버려야

  • 입력 2002년 6월 18일 19시 08분


정부가 25년만에 보험업법을 대대적으로 고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를 없애고 보험회사의 사(私)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산업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여전히 숨어 있고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을 민간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보험 영업방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 수 있는 제도)는 예정대로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엔 ‘판매상품은 금융기관에 의한 판매가 용이하고 겸업화의 시너지효과가 큰 상품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돼있다.

은행 창구에서 어떤 보험상품을 팔지를 정부가 정해주겠다는 얘기다. 어떤 상품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개별 금융회사보다 정부가 더 잘 안다는 말인가. 정부는 “각 이해집단의 요구를 교통정리해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금융산업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부실 보험사가 파산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가 망해 사고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주지 못할 때 정부는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원까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살아 있는 보험회사가 공동책임을 지도록 했다. 공적자금을 아껴 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못 받는다면 보험산업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보험산업기반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보험업계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면 부실보험사의 경영 실책을 우량보험사가 책임지게 되는 꼴이다. 만약 가입자가 “당신이 낸 보험료에는 부실보험사를 보호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느 누가 비싼 보험료를 내고 우량회사에 가입할까. 경제학 교과서는 ‘도덕적 해이’를 설명할 때 이런 제도적 왜곡 때문에 보험고객이 보험료가 싼 부실보험사로 몰리는 현상을 예로 들곤 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정부는 너무도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김두영기자 경제부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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