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02프로야구 올스타 팬 인기투표 5차집계에 따르면 서군(기아 한화 LG 현대)은 기아(8명)와 한화(2명)가, 동군(두산 삼성 롯데 SK)은 두산(6명)과 삼성(4명)이 포지션별 최다득표를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이후 21년 사상 가장 편향된 결과. 지난해만 해도 모두 20명을 뽑는 올스타 투표에서 7팀이 선발출전 선수를 냈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1명도 최다득표자가 없었던 해태가 기아로 간판을 바꿔단 지 1년만에 서군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것. 지난해 올스타전 직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복귀하면서 ‘바람의 팀’으로 거듭난 기아는 옛 해태의 영광을 뛰어넘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아를 비롯한 4팀이 올스타를 독식하게 되면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시각도 있다는 점. 아무리 인기투표라고는 해도 몇몇 선수는 성적은 물론 전국적인 지명도에서 한참 뒤진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BO는 올해부터 투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각 구단의 홈구장에서 실시하는 현장투표를 팀당 10만표로 제한하고 KBO와 삼성증권, 스포츠투아이, 각 구단의 홈페이지, 또 휴대폰을 통해 할 수 있는 인터넷 투표는 1명이 1일 1회에 한해 실명으로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긴 하다.
종전의 엽서 투표에서 일부 구단이 프런트 직원과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동원해 막판 몰표를 던졌던 것에 비하면 말썽의 소지를 없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KBO의 이런 주장은 18일 현재 현장 투표(9만2842표)에 비해 인터넷 투표(17만1051표)의 비율이 거의 2배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조작이 가능한 현실이다.
해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 내년에는 좀 더 나은 보완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