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녹음 테이프를 한번 더 들어 봤다.
2000년 11월말 니혼TV1) 의 우지이에 세이치로 사장(현 회장)을 인터뷰한 것이다. 테마는 ‘프로야구여’.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저기로 번져나가 스포츠론이 되고 말았다.
“프로야구보다 축구의 J리그가 걱정이다. 초창기의 베르디(니혼TV 소유의 프로축구팀)는 잘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도하의 비극’2) 으로 인기가 뚝 떨어졌다. 초등학생을 포함해서 일본인의 멘탈리티는 국제적 수준에 달한 것에는 상당한 흥미를 갖는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힘이 없는 것은 쳐다도 안본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즈음에 프로야구 인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를 질문했다. 대답은 이렇다.
“일본팀이 나오는 시합은 시청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팀이 안나오는 시합이 요미우리 자이언츠팀의 시청률을 잡아먹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시드니 올림픽 때 자이언츠시합의 시청률이 낮아졌지만 이는 일본선수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1년 반만에 우지이에 회장은 생각을 바꾼 것 같다.
15일 한신 타이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합은 월드컵 결승토너먼트인 잉글랜드-덴마크전의 영향을 그대로 입었다. 오후 5시반으로 시합을 앞당겨 시작했다. 계열사인 요미우리TV도 월드컵 중계를 위해 오후 8시가 지나자 야구중계를 중단했다.
2000년 가을 우지이에씨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일까.
“우와, 비다. 베컴의 닭벼슬(모히칸 스타일의 머리모양)이 엉망이 돼버리네.”
“앗, 하프타임이 끝나니까 헤어스타일이 다시 제대로 돌아왔다. 역시 전속 헤어드레서가 따라다니나 봐.”
야단법석을 떠는 식구들을 보며 한숨을 쉬면서도 납득을 했다. 이런 ‘오빠부대의 위력’을, 그때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니시무라 긴야 편집위원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편집자주>
1)요미우리신문 산하의 방송국.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거인)도 소유하고 있다.
2)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94년)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일본은 이라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2대1로 앞서 본선진출을 거의 확정지었다. 그러나 후반 루스타임에 동점골을 빼앗기는 바람에 승점이 같아진 한국에 골득실차에서 뒤져 본선탈락의 분루를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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