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포츠 신문은 보통 매일 32면을 발행한다. 요즘 스포츠 신문의 1면은 월드컵 소식이 장식하고 있지만, 프로야구 뉴스도 매일 4,5면씩 게재된다. 일본의 스포츠 신문은 축구와 야구 외에도 럭비, 스모, 프로 레슬링, 육상 등 다루지 않는 스포츠 종목이 없다. 그래서 4,5개면을 덮는 프로야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보인다. 종합 일간지의 경우에도 월드컵면을 제외하면 체육면 톱 기사는 거의 프로야구다.
월드컵 분위기가 일본 열도를 온통 뒤흔들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목에 대한 관심이 사그러든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 들어 프로야구는 여느 해보다 더욱 흥미로운 레이스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월드컵 열기가 무색할 정도다. 월드컵 기간에도 일본의 공중파 방송에서는 평일 저녁 프로야구 중계가 계속되고 있다.
오사카와 고베를 근거로 관서 지방을 대표하는 한신과 관동 지역 최고 인기팀 ‘교진(거인·요미우리)’의 선두 다툼이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시즌 초부터 선두를 독주하던 한신이 16일 요미우리에 수위 자리를 내주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프로야구는 일본 축구 대표팀의 이야기 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오사카의 한 은행에서는 “월드컵보다 한신 타이거스의 선전이 오사카시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는 ‘한신 경제 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8일에는 프로야구단 닛폰 햄이 2004년부터 삿포로 돔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2002 한일 월드컵 ‘죽음의 F조’에서 역사적인 승부를 펼쳤던 그라운드는 이제 프로 야구팀의 본거지가 됐다. 월드컵 이후 개조에 들어간 삿포로돔은 23일 요미우리와 히로시마가 프로야구 정규 경기를 가지면서 야구장으로 탈바꿈한다.
여름으로 들어가면서 고교야구가 월드컵 열기의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봄철과 여름철 두 차례 열리는 이른바 고시엔 대회, 즉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지역 예선부터 일본인들의 중요한 관심사다. 고교야구의 인기는 프로야구 인기의 근간이 된다.
일본 언론이 월드컵 기간에도 프로야구를 여전히 주요 기사로 취급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93년 출범이후 ‘100년 계획’을 세워 급성장했다. 월드컵 개최는 축구 인기 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월드컵을 기회로 축구가 일본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일본 대표팀의 선전 등 축구에 ‘호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일본에서 사랑 받아온 야구의 인기를 단번에 넘어서기에는 어쩐지 버거워보인다.
미야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