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강 진출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본선 출전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난 1982년 스페인 대회 이래 200개가 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가운데 8강에 오른 나라는 19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쾌거는 한국이 축구 선진국 그룹에 들어 아시아 맹주로 유럽, 남미의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1966년 영국 월드컵 8강에 오른 적이 있지만 당시는 본선 출전국이 지금의 절반인 16개국뿐이었기에 이번에 우리가 이룩한 8강 신화와는 맞비교할 수 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장담한 대로 지금 세계는 한국 축구에 놀라고 있다. 그동안 다섯 차례 참가한 월드컵 본선에서 4무승부 10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번번이 예선탈락했던 한국 축구가 아닌가. 이 때문에 세계는 우리의 8강 진출을 ‘이변’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팀의 쾌거는 노력한 것만큼 받은 것이지 결코 뜻밖의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스포츠는 정직하다’는 말은 땀과 승리와의 함수관계를 말해 준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선수들은 지옥 같은 훈련을 통해 체력과 스피드 모두 유럽 선수들을 압도할 만큼 강해졌다. 포르투갈의 막강한 공격력을 협력수비로 무력화한 것도,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빗장수비를 휘저은 것도 그동안 흘린 땀의 결과다. 8강 진출은 이변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거두어야 할 응분의 수확이다.
이제 한국 축구의 힘에 의문을 갖지 말자. 사흘 뒤 8강전에서 만날 스페인 또한 한번 겨뤄볼 만한 상대일 뿐이다. 스페인이 FIFA 랭킹 8위의 강호라고 하지만 이미 5위인 포르투갈과 6위인 이탈리아가 한국 축구 앞에 무릎을 꿇었다. FIFA 랭킹이나 세계 강호 등의 수식어는 더 이상 태극전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스페인과 2-2로 비긴 것도 승리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한국팀은 이미 기대치 이상의 기쁨을 국민에게 바쳤다. 따라서 우리는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스페인과의 경기에 편한 마음으로 임하기 바란다. 지난 네 경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투혼을 불태우자. 한국 축구가 넘지 못할 벽은 지금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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