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임스 코튼/동티모르에 희망을 주자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25분


5월 20일 동티모르는 독립국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새 정부는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해국제사회의 신임을 얻어야 하며 인도네시아와의 화해 또한 모색해야 한다.

동티모르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나라다.

먼저 민주선거를 통해 출범한 정부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호주 포르투갈 한국 뉴질랜드 등의 도움으로 방위군도 창설했다.

또 인근 티모르해에 유전이 위치하고 있다. 유전을 개발 중인 호주와 해저가스관 설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필립스석유 등으로부터 2004년부터 20∼25년 동안 최소 70억달러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생국의 미래를 낙관케 하는 대목이다.

▼빈곤-간접자본-치안부재 고통▼

동티모르의 초대대통령 사나나 구스마오와 라모스 오르타 외무장관은 동티모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이 또한 동티모르에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엔이 5000명의 인적자원을 투입해 군사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동티모르를 지원하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신생 동티모르에는 이러한 장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심각한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이 나라의 유일한 주요 수출품목은 커피다. 그러나 이마저 오랜 토지분쟁 등으로 방치돼 큰 타격을 입었다.

외부의 지원이 없다면 동티모르 경제는 큰 위기를 겪을 것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 국제사회는 매년 2500만달러 정도의 국정지원금을 쏟아 부어야만 한다. 1999년 폭동사태 이후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수도 딜리의 전력도 예전에는 무상으로 지원됐지만 이제는 돈을 내야만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은 전기료를 낼 형편이 못된다.

또 동티모르 주변지역의 유일한 통신매체인 유엔과도행정기구(UNTAET)의 라디오 서비스의 경우도 재정난 때문에 폐쇄 위기에 처해 있다.

UNTAET의 군사력은 국경 안보에는 도움을 줬지만 국내 치안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1500명의 경찰을 모집했지만 부족한 장비와 예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사법제도도 치안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티모르 내 제대로 된 법 교육을 받은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또 인도네시아 법체계에 기초해 인도네시아어로 만든 법률 등을 다시 번역하는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내려진 유죄판결이 23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제도적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실권은 마리 알카르티리와 그의 측근들에게 있다.

알카르티리씨와 그의 측근들이 소속돼 있는 독립동티모르혁명전선(FRETLIN)당은 아프리카에서 망명생활을 한 독립운동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동티모르의 미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아프리카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알카르티리씨와 그의 측근들은 FRETLIN이 대다수를 차지한 제헌의회에서 아프리카 모잠비크 헌법체제를 그대로 베낀 헌법체제를 제안했다. 모잠비크가 세계 어느 곳보다 낙후된 나라라는 사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대한 과제는 바로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동티모르 독립선포식에 참석했지만 딜리의 인도네시아군 묘지를 먼저 참배했다.

▼국제사회 도움 절실▼

또 5월 수도 딜리 앞바다에 무장 병력을 태운 인도네시아 군함이 들이닥친 사건은 두 나라 사이에 아직도 긴장이 감돌고 있음을 암시한다.

독립선포식에 참석하는 메가와티 대통령을 경호한다는 구실로 인도네시아군이 힘 자랑을 한 것이지만 이런 일이 유엔이 동티모르의 주권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독립선포식 참석차 자카르타에서 딜리로 향하고 있는 도중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동티모르의 앞날은 이 같은 문제들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제임스 코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국가방위아카데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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