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월드컵 축구 두 시합, 한국-이탈리아전과 일본-터키전을 지켜보면서 새삼 생각했다. 먼저 벌어진 일본전을 지켜보는 한국인들의 ‘혼네’는 어찌보면 옹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패배하고 일본만 8강에 들어간다면…. 겉으로는 일본의 승리를 빌지만 응원은 그리 뜨겁게 나와주질 않았다.
그러나 정작 일본이 터키에 0-1로 패하자 기분은 미묘했다. 사실은 일본이 앞서 선전(善戰)해온 것이 한국에는 압박감과 동시에 ‘분발의 이유’가 됐기 때문이다.
3시간 남짓 후 벌어진 한국-이탈리아전. 한국팀이 끈질긴 투혼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어 환희와 기쁨에 넘치면서도 슬그머니 일본인들의 반응이 신경쓰였다. 일본은 지고 한국이 이긴 이날 결과에 ‘시샘’을 하진 않을까.
TV아사히의 아나운서는 “한국-이탈리아전을 보며 일본-터키전이 오버랩돼 떠올랐다. 한국의 투지가 무척 부러웠고 일본이 진 것이 섭섭했다. 어쨌든 멋진 시합이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분해하는 발언은 없었다.
동아일보 도쿄지사에는 팩스와 메일 등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대표로서 일본 몫까지 열심히 싸워달라” “한국이 결승까지 올라가 한일 양국민이 어깨를 나란히 응원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일본인들의 뜨거운 성원이 잇따랐다. 이쪽에서도 “두 나라가 함께 갔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한일 양국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했을 때 모두들 “요코하마 결승전에서 한-일전으로 만나자”며 서로 축하했지만 일본의 탈락으로 일단 양국 대결의 꿈은 접게 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혼네와 다테마에를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은 서로 경쟁하고 격려하며 성장하는 멋진 파트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이영이 도쿄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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