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떠나는 트루시에 회한의 눈물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일본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미야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박수를 치며 열렬한 성원에 감사해하고 있다.
일본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미야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박수를 치며 열렬한 성원에 감사해하고 있다.
“나의 모험은 여기에서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일본축구의 모험은 계속될 것입니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47)의 도전과 모험은 일본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끝났다. 월드컵 대회를 마치면 감독직을 내놓겠다고 한 트루시에 감독의 3년 10개월에 걸친 임무도 이에 따라 막을 내렸다.

갈색 머리카락, 엷은 회색 양복, 장마 비에 젖은 트루시에 감독은 18일 터키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는 고개를 든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패배의 설움 때문이 아니라 4년 가까이 혼신의 힘을 쏟아냈던 일본국가대표팀 감독 생활을 일단락하게 된데 대한 서운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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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진출의 대업적을 이룬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트루시에 감독은 열정적인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도저히 꿈만 같았던 본선 진출을 가능하게 만든 명장. 일본 축구사에 한 획을 긋고 떠나는 트루시에 감독에 대해 일본인들은 “일본 축구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일본축구협회가 프랑스 파리 태생의 그를 감독으로 스카웃한 것은 98년 9월. 프랑스 월드컵대회 예선에서 일본이 3전 전패를 기록했을 때 트루시에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팀을 이끌고 참가했다. 83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트루시에는 15세 미만 프랑스청소년팀 감독, 코트디부아르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치며 명조련사로 소문나 있었다. 일본축구협회는 그를 영입해 4년 뒤를 기약했다. 그리고 2002년 6월. 트루시에 감독은 그같은 기대에 보답한 뒤 일본을 떠나게 됐다.

그는 ‘트루시에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열정적인 의지를 보이며 대표 선발이나 훈련방법에 있어서 신념을 관철했으며 축구협회내의 관료주의와도 싸웠다. 그래서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이제 일본인들은 트루시에 감독을 ‘일본을 사랑했던 위대한 지휘관’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편 일본축구협회는 트루시에 감독의 후임으로 98년 월드컵대회때 우승국 프랑스의 감독을 맡았던 에메 자케(61)를 영입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2006년 독일 대회때는 8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쟈케는 98년 월드컵 우승 이후 프랑스축구협회 기술이사를 맡아 지도자 육성과 선수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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