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청자 단체와 학계에서 KBS2의 공영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KBS 자체 평가로 지적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KBS2의 정체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BS가 최근 발간한 경영평가보고서는 2001년 하반기 KBS2의 공영성 지수(PSI·Public Service Index)는 100점 만점에 67.7점으로, MBC(69.4점)나 SBS(69점)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업광고(CF)를 하지 않는 KBS1은 72.7점을 기록했다.
PSI는 KBS와 한국언론학회가 공동 개발한 방송 프로그램의 공영성 측정 지수로, 1997년부터 KBS 내부에서 조사해왔으며 이번에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KBS 경영평가보고서는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가 구성한 경영평가단이 매년 5월 말까지 작성해 공표한다.
이에 따르면 KBS2는 2001년도 하반기 PSI 상위 30위 이내 프로그램에도 4개를 올리는데 그쳐 각각 6개를 올린 MBC SBS보다 적었다. 특히 KBS2의 공영성은 2001년도 상반기에는 SBS에 앞섰으나 하반기에 급속히 추락하는 추세를 보여 올해 대응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KBS가 고급문화와 전통문화, 예술프로그램을 편성에서 크게 배제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주일 평균 교양·오락 프로그램 방송시간의 경우 KBS1은 4700분, KBS2는 6070분이었는데 이중 '국악한마당' '문화탐험'(이상 KBS1) '뿌리깊은 나무' '클래식 오디세이'(이상 KBS2) 등 전통 고급문화프로그램은 네편으로 1.7%(190분)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보도 부문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보도에서 KBS는 1, 2 채널에 걸쳐 균형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언론사 대주주가 구속된 8월까지 KBS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사실보도(스트레이트 뉴스)외에 '심야 토론' '시사포커스' 등의 프로그램을 모두 28회 방영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보도량과 횟수가 너무 많았으며 이들 프로그램의 편성에 특정 동기를 의심받을 만한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서울대 추광영(언론정보학)교수는 "KBS의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프로그램들은 적극적 중립의 위치를 견지해야할 방송이 특정 동기를 가지고 한 축을 자임하고 나서 중립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KBS2의 공영성 추락에 대해 "KBS2가 KBS 총수입의 약 60%를 차지하는 CF를 내보내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지만 2TV의 공영성은 이젠 KBS의 '멍에'가 됐다"며 "KBS2를 '정신적 그린벨트'로 만들겠다는 KBS의 구호는 '수사(修辭)'로 끝났다"고 말했다.
KBS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프로그램은 다른 방송사에 비해 공정하고 다양했다고 자평하고 있으며, KBS2와는 별도로 KBS1은 세계적 권위를 가진 '피버디 상'을 받는 등 공익성 강한 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