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두산과의 마산경기서부터 치욕의 13연패. 85년 삼미와 99년 쌍방울(이상 18연패), 93년 태평양(15연패)에 이은 역대 4위의 불명예 기록이다. 20일 현재 기록 중인 팀 승률 0.288은 99년 쌍방울(0.224)과 함께 86년 빙그레(0.290) 이후 16년 만에 두 번째 2할대 승률이다.
한때 야구를 보지 못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던 팬들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 91년 국내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00만 홈관중을 돌파했던 ‘야구의 도시’ 부산이기에 그 충격파는 더욱 크다.
롯데의 부진은 여러 가지 이유가 난마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하지만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 원인의 정중앙에 구단이 있다.
롯데구단은 그동안 투자에 인색했다. 연봉 협상 때마다 선수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갔다. 추신수 백차승 송승준 등 연고지역의 유망선수는 미국에 빼앗겼고 외국인선수의 스카우트도 실패했다.
그나마 펠릭스 호세가 활약한 99년에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가는 반짝 장세를 보였지만 재계약 과정에서 호세에게 끌려 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실망을 가중시켰다.
선수들의 정신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즌 초 롯데의 선발투수진 면모를 보면 옛 투수왕국의 명성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염종석 문동환 손민한 박지철에 외국인투수 매기까지 명성만 놓고 보면 올스타 선발진을 옮겨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야구는 이름으로 하는 게 아니란 게 곧 증명됐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니 자연히 말도 많다. 선수단은 프런트에, 프런트는 선수단에 그 책임을 돌린다. 분위기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롯데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는 매기는 “올해처럼 야구가 재미없는 경우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떤 롯데팬은 “부산사람이라고 밝히는 게 부끄러울 정도”라고 한탄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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