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총무는 그제 원구성을 위한 접촉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반수의 힘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어떻게든 8·8 재·보선 이후로 미뤄 보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법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원구성을 선거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두 당의 이런 힘 겨루기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짜증이 난다.
올 2월 개정된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규정하고 있다. 어느 당에서 의장이 나와도 결국은 탈당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의장이 중립적 위치에서 국회를 운영하라는 취지다. 그런데도 의장을 서로 자기 당 몫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회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자유투표를 실시해 하루빨리 의장을 뽑아야 한다. 각 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고 의원들이 자유스럽게 투표용지에 적임자를 써내는 이 방식은 ‘무당적(無黨籍) 국회의장’ 정신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6·13지방선거의 교훈은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빠져 원구성도 못하는 국회를 보는 국민의 눈이 결코 곱지 않다는 것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면에서 민주당 일각에서 ‘우리가 만든 국회법을 우리가 어겨서는 안 된다’며 원구성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월드컵은 끝난다. 월드컵에서 얻은 좋은 성과와 국민적 열기를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연결시키자면 무엇보다 정치부터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원구성도 제대로 못하면서 새 출발을 얘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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