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 이틀째 검찰 조사를 받던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전날 오후 3시에 소환돼 이날 새벽 2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던 홍업씨는 오전 8시 반경부터 다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청탁 대가성 금품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던 홍업씨가 관련자들의 진술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들이대며 집요하게 추궁한 수사팀 앞에서 심경 변화를 일으킨 순간이었다.
홍업씨는 이거성(李巨聖)씨 등 측근들과 함께 '의심받을 만한'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 측근들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도 일정 부분 인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홍업씨는 또 "관련기관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을 해줬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수사팀의 추궁에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고 수사팀은 전했다.
홍업씨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도 이날 오후 기자실로 찾아와 "알선수재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니까 홍업씨도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장이 청구되면 혐의내용을 파악해보고 영장실질심사 신청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업씨는 일부 혐의를 시인하고 2∼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밤 늦게까지 보강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원래도 건강이 좋지 않은 홍업씨가 어제(19일) 밤에는 한숨도 못자고 지금까지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