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정공법으로 이긴 한국축구

  • 입력 2002년 6월 20일 21시 14분


뭐니뭐니해도 집념과 힘의 산물이었다. 뜻밖의 이변에 놀란 관중들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장에는 교활하리만치 노련한 세계일류 이탈리아 축구를, 한국이 정공법으로 꺾어버린 것에 대한 통쾌함이 흘렀다.

우연 아니면 고의? 한국은 이탈리아에게 한방 먹었다. 전반 9분, 김태영이 비에리와 격전을 벌이다 코를 다쳤다. 김남일이 토티의 팔 뒤꿈치에 머리를 맞아 계속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전반 18분 최진철이 이에 대항이라도 하듯 비에리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면서 헤딩슛을 방해했다. 그러나 반대로 최진철이 밀려나면서 비에리의 선제골이 들어갔다.

'이것이 정말 세계 축구구나'라고 실감할 만큼 어려움이 닥친 경기 초반이었다.

선취점을 얻으며 항상 수비를 굳히는 이탈리아. 이를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승부의 열쇠다.

그러나 한국은 빗장수비를 비집어 연 것이 아니라 아예 부셔버렸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지속적으로 사이드를 공략하라."

하프타임에 히딩크 감독은 말했다. 한국은 엄청난 스피드와 체력으로 이탈리아를 압박했다. 경기장의 함성도 한국대표팀과 함께 했다.

후반전 종료 직전 오른쪽 크로스 센터링을 받은 설기현은 한순간의 이탈리아의 빈틈을 보았다. 설기현은 지칠대로 지친 이탈리아에게 근성이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연장전 후반12분, 안정환이 골든골을 작렬시키면서 상대의 힘을 몽땅 빼 버렸다.

"우리도 몹시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질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유상철은 말했다.

한국의 기적은 바로 일본의 패배이후 5시간 반만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사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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