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한국팀 투지 배우자

  • 입력 2002년 6월 22일 19시 21분


“한국팀에는 있고 일본팀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이 포르투갈에 이기고 이탈리아마저 깨버리자 일본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의문’이다. 실패에서 배우자는 일종의 ‘실패학’이다.

일본도 월드컵 출전 두 번째 만에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같은 아시아팀으로서 한국과 영원한 라이벌임을 자처해온 일본이 한국에 뒤진 데 대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18일 같은 날에 벌어진 일본-터키전과 한국-이탈리아전이다. 체력, 투지, 전술면에서 너무나도 대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터키전의 일본 내 평균 시청률은 48.5%였고 한국-이탈리아전은 35.4%였다. 한국-이탈리아전은 외국경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국팀과 일본팀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팀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다. 언론들은 “일본이 전술훈련에 치중해 온 데 비해 한국은 대조적으로 선수들의 불만을 사면서까지 체력단련에 힘을 기울여왔다”며 “이번에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지적했다.

투지도 물론 빼놓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16강전 첫 경기까지 4경기에서 쏜 슛은 한국 55개, 일본 37개. 골대 범위로 들어간 확률은 한국 50.91%, 일본 45.94%. 일본 언론들은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 적극성과 정확성이 한국과 일본의 명암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또한 상대방이 볼을 잡으면 3, 4명이 둘러싸 이를 빼앗는 모습이 일본에서는 안 보였다고 아쉬워한다.

전술은 감독의 평가로 연결된다. 물론 일본도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터키전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잘 싸워온 팀을 그대로 쓰지 않고 니시자와 아키노리와 알렉산드로 산토스를 선발로 내보낸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터키에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12명째의 선수’라는 서포터스에서도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물론 일본 서포터스의 열기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수백만명 단위를 훌쩍 넘어서는 ‘붉은 악마의 노도’에 ‘저팬 블루의 물결’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산케이신문은 “데모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의 명물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심규선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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