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의 흥행카드로 꼽히는 LG와 기아의 21일 잠실경기에선 판정항의와 잇단 빈볼시비로 네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독일과 미국의 월드컵 8강전이 열렸음에도 잠실구장을 찾은 4490명의 관중과 케이블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골수 팬들은 경기는 제쳐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지는 보복성 빈볼과 욕설, 몸싸움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1회말 기아 코칭스태프의 거친 판정항의에 이어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6회초 LG 전승남이 던진 공이 기아 정성훈의 등을 때린 게 시비의 발단. 기아 김주철은 8회말 150㎞의 직구를 LG 김재현의 오른쪽 팔꿈치를 향해 내리꽂았고 LG 최창호는 9회초 기아 장성호의 왼쪽 종아리를 향해 빈볼을 날렸다.
이 과정에서 양팀은 수차례 그라운드에 난입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기아 이건열코치는 최창호에게 손찌검을 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20일에도 잠실과 부산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잠실에선 두산 최경환이 6회말 삼성 김진웅의 공에 허벅지를 맞자 방망이를 내던지고 마운드로 달려나갔고, 삼성 포수 진갑용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지자 양팀 선수들이 덕아웃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부산에선 현대 송신영이 2회말 던진 공이 롯데 박경진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허운 구심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맞았다며 삼진 아웃을 선언하자 롯데 벤치가 선수단을 철수시키는 촌극을 빚었다.
이처럼 빈볼과 판정시비가 빈발하는 것은 지나친 승부욕과 동업자 정신의 실종이 근본 원인. 선후배 위계질서가 엄격한 국내 프로야구에선 코칭스태프보다 대부분 후배인 심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