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이대로 갈 것인가

  • 입력 2002년 6월 22일 19시 21분


민주당이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 극심한 내분에 휩싸여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당대표를 둘러싼 당내 파벌간의 대립은 고위 당직자들의 잇단 사퇴로 당무를 마비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비록 원내 제2당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정에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위치에 있는 민주당이 당내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힌 다툼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다.

우선 국회가 각종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원 구성조차 못하고 기능 마비상태에 있다. 여기에는 제1당인 한나라당이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민주당의 책임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당 내분으로 한나라당과 본격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여유조차 못 갖추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않아도 한나라당의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대표회담을 제의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 내분을 수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6·13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정확히 읽고 그 민심에 충실한 개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6·13지방선거 이후 그런 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당내 각 파벌의 세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누구도 지방선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서로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만 급급했다.

민주당이 지금 곤경에 처한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대통령 주변의 여러가지 부정 등 권력 비리가 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그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당내 리더십이 확고한 것도 아닌 데다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이래저래 민주당의 행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주당의 고질적인 파당 행태다. 지방선거 실패에 대해 반성을 하고 진정한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버려야 할 구태만 계속 보인다면 국민은 외면하게 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탈당해 여당은 아니지만 사실상 국정을 책임지는 정책 여당이므로 우리 당이 국회의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스스로 정책 여당임을 주장한다면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의 진로마저 불투명하게 보이는 민주당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하루 빨리 내분부터 수습하지 않으면 8·8재·보선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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