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축구는 ‘4强 신화’를 이뤘다

  • 입력 2002년 6월 22일 19시 21분


이보다 더 큰 감격이 있을까. 전후반 90분, 연장전 30분을 합쳐 120분 동안의 숨막히는 접전과 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우리는 마침내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켰다.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홍명보가 찬 볼이 스페인 골네트를 가르자 전 국민의 환호가 폭죽처럼 터져 올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적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그리고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환호의 함성이 하늘로 치솟았다.

72년 월드컵 축구사에서 아시아 축구가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세계적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침으로써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평가절하되던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단번에 그 중심에 우뚝 세웠다. 일본마저 8강 문턱에서 좌절한 상황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한국의 4강 진출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쾌거이자 아시아 축구사에 쌓아올린 금자탑이다.

한국의 4강전 상대는 역대 월드컵에서 3번이나 우승한 ‘전차군단’ 독일이다. 그러나 “나조차 우리 팀을 막을 수 없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한국팀의 거칠 것 없는 상승세 앞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같은 과거의 실적은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 2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독일을 물리치는 사변을 일으키고 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릴 결승전에 한국팀이 나선다고 해서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월드컵 대회의 피날레를 한층 빛나게 할 것이다. 한국팀이 마지막 대회까지 선전(善戰)해 주기를 온 국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것을 해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너무 기뻐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이 엄청난 성취를 내일에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적 성원과 장기적 발전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 국민을 열광케 하는 축구의 힘을 생각하면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4강 진출 못지않은 값진 성과는 이번 대회를 통해 표출된 국민적 에너지다. 세계는 한국 축구의 4강 진출에만 경악한 것은 아니다. 세계인들은 한국인의 놀라운 활력과 ‘질서 있는 열정’ 그리고 이웃 일본과 함께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한국의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가 일궈낸 이 감격과 가능성을 한 차원 높은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모아내야 한다.

다시 한번 히딩크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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