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연루 국가기관 왜 이리 많은가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10분


국가기관들이 비리 개입 경쟁을 벌이기라도 한 것인가. 대통령 아들 김홍업(金弘業)씨 비리와 경기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비리에 청와대 검찰 국세청 경찰 예금보험공사 등 힘깨나 쓴다는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상당수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줄줄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일부 국가기관 종사자들이 국가나 국민에 대한 공적 봉사보다는 권력층을 위한 ‘사적 헌신’을 우선시한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 같아 개탄스럽다.

소환대상이 일부 국가기관의 전현직 책임자에서 일선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일부 권력층이 국가기관을 위에서 아래까지 철저하게 휘둘렀다는 증거가 아닌가.

비리의 중심에 서 있는 홍업씨는 이미 구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제 자식들은 법의 규정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제 망설이거나 누구의 눈치를 보기 위해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 소환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가릴 필요도 없다. 추상같은 자세로 비리를 파헤쳐 국가기관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검찰 조직에 대한 수사 또한 이런 자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감추고 덮을 이유도 없다. 6·13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은 이미 악취를 풍기는 권력의 부패상을 간파했다. 검찰은 권력비리를 심판한 국민의 의중을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다.

물론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범법행위를 했다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억울하게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가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법에 따른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흐트러진 국가조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점에서 홍업씨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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