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연급 조연 뜬다…이종원 기주봉 등 코믹연기 '배꼽'

  • 입력 2002년 6월 24일 15시 04분


최근 몇몇 TV CF에 ‘주연같지 않은’ 인물이 등장했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뺏기지 않으려는 한 패스트푸드 CF의 주인공은 윤해진(32). 게임기 CF의 성지루(34)와 어눌한 미소로 편의점 CF를 부드럽게 꾸미고 있는 이문식(36)이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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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영화 ‘공공의 적’에서 주연 설경구 이성재 콤비 이상의 감초 연기로 영화에 대한 호평을 끌어낸 ‘공신’ 중 하나이다. 이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처음으로 CF에 각각 ‘캐스팅’됐다. 제작사인 시네마 서비스측은 “한 영화의 조연들이 이처럼 개별적인 CF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주연급 조연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례들이다. 이제 한국 영화계에서도 주연급 조연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는 최종원 등 ‘단골 조연’들이 출연한 영화와 출연하지않은 영화로 구분된다는 말이 있었다. 조연 배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든든한 조연없는 대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주연 배우 섭외와 동시에 그에 맞는 ‘카운터파트’로서의 조연 섭외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씨네월드 정승혜 제작이사)는 말은 정설이다.

#주연급 조연, 누가 있나

‘공공의 적’ 조연 3총사는 최근 가장 바쁜 경우. 이들은 최근 촬영을 마친 뒤 올 가을 개봉될 차승원 김승우 주연의 ‘라이터를 켜라’에 고스란히 합류했다. ‘신라의 달밤’에서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받자 “아 XX, 조국이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다꼬!”라며 파마 머리를 날린 후 ‘달마야 놀자’에서 이름을 알린 이종원도 ‘라이터를 켜라’에 출연한다.

‘하마’ 박상면(34)은 지난해 ‘달마야 놀자’ ‘조폭 마누라’ 등으로 연타를 기록,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전국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며 별명이 ‘박천만’이다. 박상면이 ‘1000만’이라면 최종원 이후 최고참 조연 중 한명으로 꼽히는 기주봉(46)은 ‘2000만’으로 통한다. 그는 ‘조용한 가족’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강력계 반장, ‘번지점프를 하다’의 학생주임, ‘친구’의 중간 보스, ‘복수는 나의 것’의 형사반장 등 최근 3년간 한국 영화 화제작중 절반 이상 출연했다. 3월 개봉된 ‘버스, 정류장’에서 원조 교제하는 여고생에게 “나, 정말 너 사랑한단 말야”하던 중년이 그다.

‘주유소 습격사건’이후 ‘반칙왕’부터 ‘화산고’까지 승승장구하던 김수로(30)는 4월 개봉된 ‘재밌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공동 주연’을 따냈고, 최근 시나리오가 밀려들고 있다.

그의 출연료는 ‘재밌는 영화’ 이후 ‘조연 한계선’인 1억원을 넘어섰다는 후문이다. 이문식 등도 7000만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들이 뜨나

영화계에서는 우선 지난해부터 조폭 코미디가 뜨면서 ‘중간 보스’ 등의 역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연급 조연들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좋은영화사 김미희 대표는 “최근의 조폭 코미디영화는 주연 한 두명에 수명의 조연을 두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 대학로 연극계 출신들이 충무로로 대거 영입됐다는 것이다.

‘공공의 적’에서 마약 거래범으로 나온 성지루도 ‘신라의 달밤’에서 차승원과 고교 때 ‘맞장’을 뜨던 포장마차 주인으로 이미 얼굴을 알렸고, 정운택은 ‘친구’ 이후 ‘두사부일체’ ‘뚫어야 산다’까지 내내 비열한 표정의 조폭으로 나오고 있다.

명필름 박재현 마케팅팀장은 “대부분 대학로 연극 무대 출신인 이들 조연은 이미 수년 전부터 충무로 오디션 현장에서 제작자들에게 ‘찜’을 당했다”며 “조폭 코미디 외에도 조폭 영화의 ‘파생 상품’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들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조연이 필요없는 멜로나 정통 액션 영화에서도 이들 조연이 계속 ‘득세’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바로잡습니다]

△25일자 D4면 ‘감초 끼어야 주연급 조연 뜬다’에서 ‘버스, 정류장’의 여고생 상대 중년 남자는 기주봉이 아니라 이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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