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지는 않는다. 대신 시내 한복판에서는 매일 한일 공동개최를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열려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높아진 일본인의 한국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 세다가야 미술관에서는 월드컵 개막 전부터 ‘대중(大衆)문화전’이 열리고 있으며, 신주쿠의 오페라시티홀에서는 ‘한국문화전’이 열렸다. ‘대중문화전’은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리고 있는데, 한국의 음악 영화 만화 출판 등 대중문화 각 분야를 폭넓게 소개해 일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한국문화전에서는 월드컵경기가 열리는 한국의 10개 도시를 소개하는 한편 함께 김치도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 건물 야외공연무대에서는 태평무 살품이춤 승무 진도북춤 장고춤 화관무 검무 등 한국의 여러 가지 춤도 선보이는 부대행사도 열려왔다.
한국문화전의 마지막 야외공연이 열린 23일 저녁에는 보슬비가 뿌리는 가운데서도 100여명의 일본인은 ‘강윤나 고양시 무용단’의 공연을 흥미깊게 지켜보았다.
어둠이 내려도 조명을 할 수 없고 반주는 녹음테이프로 대신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공연단원들은 모처럼 한국 춤을 일본인에게 소개하는 기회인 만큼 열성을 다했다. 이들의 정성에 보답하듯 도쿄 시민들은 공연이 끝나자 공연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갖가지 전통 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고 한복 종류 등에 관해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공연은 격렬한 율동의 검무, 한을 환희로 승화시키는 살풀이춤, 경쾌한 장고춤, 유장한 태평무, 화려한 부채춤 순으로 이어졌다.
“전통 춤 내용은 솔직히 잘 모르지만 공연단원들이 입은 한복 맵시에 반해서 여러차례 찾아왔습니다.”
미쓰 노리코 할머니(86)는 이날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듣자 매우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일본 관객은 좀처럼 공연 도중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진지하게 공연을 지켜 봅니다. 문화를 즐기는 수준이 높은 ‘문화 선진국 일본’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번 특별공연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동국기획대표 박동국씨의 말이다.
한국 축구 4강 진출을 계기로 일본인들의 한국 축구에 대한 시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 진출을 축하하며 결승까지 올라가도록 격려해준다.일본인들이 한국팀의 승리를 ‘아시아의 승리’라며 함께 기뻐해주는 연대감 형성에는 이같은 행사들이도움이 됐을 것이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일본에서 보다 무르익어 가는 요즈음이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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