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가 誤審으로 이겼다는 말인가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29분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배한 일부 국가의 선수단과 언론이 심판 판정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우리 선수단과 온 국민이 함께 이룩한 4강 신화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 세계는 한국팀의 선전에 놀라움과 함께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 마당에 ‘승리를 도둑 맞았다’며 패배를 심판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축구 강국들답지 않다.

스페인팀은 후반 김태영의 등을 맞고 들어간 골과 연장전 헤딩골을 무효로 선언한 판정을 오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TV 중계화면을 분석해 보면 심판들의 판정이 옳았음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앞서 16강전에서는 이탈리아가 심판 판정을 문제삼았으나 해외 언론들은 오히려 심판의 눈을 속여 교묘하게 반칙을 저지르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비판했다.

우승을 호언했던 스페인이기에 약체로 여겨온 한국에 당한 패배를 더욱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에 앞서 한국 선수들과 같은 정신력과 투지를 갖고 있었는지부터 스스로 돌이켜보아야 한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팀에 졌을 때는 심판 탓보다 패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반성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는 한국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을 스페인 선수들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물론 심판도 인간인 이상 오심은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축구 황제 펠레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의 심판 판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백보 양보해 심판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경기 결과에 승복한 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항의 절차를 밟는 것이 스포츠맨십이다.

아시아 축구의 4강 진입을 함께 기뻐해야 할 중국의 일부 언론이 덩달아 오심 운운하며 한국의 승리를 깎아 내리는 것은 1승도 건지지 못한 분풀이로만 들린다. 우리 선수들의 체력과 집념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일본의 여론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선수들은 오심시비에 흔들리지 말고 준결승전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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