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정상화 시간 끌지 말라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1분


한달 가까이 끌어오던 ‘식물국회’가 정상화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행이다. 월드컵 열기에서 표출된 국민적 에너지를 손상시켜온 정치권이 뒤늦게 비난여론을 의식했다고 하지만 바른 방향의 선택이란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국회의장을 의원들의 자유투표로 선출하기로 한 것은 우리 의정사 초유의 일로 정치발전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성과를 거론하기에는 그 구체적 내용과 실천 의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올 2월 국회는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의장이 당적을 버리도록 했다. 의장이 중립적 입장에서 대의기관인 국회를 끌어나가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서로 의장직을 차지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그 이유로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을, 민주당은 실질적인 여당을 각각 내세웠다. 개정한 국회법의 정신은 뒷전이었다. 그러다가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를 하자고 나섰고 민주당이 어제 그를 수용키로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두 당이 국회법 정신보다는 여전히 당리당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상징적인 의미인 국회의장을 내주는 대신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정자치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회위원장 자리를 받자는 ‘계산’이 그것이다.

국회의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하더라도 그런 ‘계산’이 작동하면 국회 원구성은 다시 늦어질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뒤늦게 국회 정상화를 하기로 했으면 빨리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가 한달 이상 마비되면서 민생과 직결되는 여러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리면서 세비는 꼬박꼬박 챙긴 것이 의원들이다.

닷새 후면 월드컵도 끝난다. 이제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 원구성을 서두르는 것도 그중 한 가지다. 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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