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전략’〓한 대표는 25일 기자들에게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윈-윈’이 돼야지 어느 한 쪽을 깎아 내리는 식의 차별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DJ도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어 쇄신파들이 주장해 온 ‘DJ 축출 전략’ 대신 ‘조용한 해결’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탈DJ’의 해법의 구체적 내용은 △김홍일 의원의 탈당 △아태재단 해산 및 사회 환원 △청와대 비서진 문책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바에야 ‘6·29 선언’과 과감한 국정운영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국방과 외교만을 맡고 내정은 총리와 각 당 대표에게 맡기는 것과 같은 ‘큰 구상’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탈당이나 아태재단 해산 등의 조치는 이런 구상에 자연스럽게 포함돼야 한다는 것으로 당도 살고, 김 대통령도 한나라당의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생(相生)의 길은 현 상황을 뛰어넘는 대국적인 결단뿐이라는 얘기였다.
▽결단 임박했나〓민주당 내에서는 결단을 내릴 적기로 월드컵 대회 폐막 직후를 꼽는 사람이 많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한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기다려 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청와대가 최종 결심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며 “월드컵 대회가 끝나기 전에 한 대표가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건의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노 후보가 김 대통령을 ‘밟고’ 갈 수 있도록 청와대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태재단의 이미지가 이미 크게 실추돼 김 대통령이 은퇴한 뒤에도 재단에 의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김홍일 의원의 탈당도 본인만 결정하면 되는 문제이다”며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상황을 정면돌파하기 보다는 우회하는 스타일이란 점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의 위중함에 비춰 DJ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