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앤 랜더스 “어려울 때도 친절을 잊지마세요˝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14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인생상담 칼럼니스트 앤 랜더스(Ann Landers·본명 에스터 레더러)가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지 이틀 뒤인 24일 워싱턴포스트에 그의 작별인사가 실렸다.

‘앤 랜더스:마지막 쪽지(A Final Note)’라는 이름으로 게재된 이 글은 딸 마고 하워드가 썼다.

하워드씨는 “어머니는 당신께서 직접 고별인사를 하고 싶어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어머니와 나는 (고별인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어머니가 남기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칼럼은 어머니의 사명이자 존재의 이유였기 때문에 마지막날까지 일에 몰두했다”면서 “어머니는 인생의 고민을 상담해 준 것 이상으로 독자로부터 많은 삶의 양식을 얻었다”고 말했다.

랜더스씨는 46년간 편지 형태로 독자들의 고민을 소개하고 이를 상담해오면서 때로는 어린이 학대와 사별과 같은 독자들의 슬픈 사연에 빠져들어 스스로도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고 그럴수록 더욱 강해졌다.

하루 2000통씩 배달되는 독자들의 사연에 대해 ‘진정한 벗과 이웃’으로서 함께 고민해 온 그가 얻은 한가지 믿음.

“어머니는 여러 종류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결같이 도움이 되는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kindness)이라고 믿었다.”

랜더스씨에게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은 있었다. 75년 미국 굴지의 렌터카 회사의 회장인 남편 줄스 레더러의 외도로 36년간의 결혼생활이 끝장났을 때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좋았던 무엇인가가 왜 영원할 수 없는 것일까”라고 물었다.

랜더스씨는 당시 그 고통을 자신의 고정란 후미에 글자 대신 여백을 남기는 것으로 달랬다.

하워드씨는 “그토록 신문을 사랑했고 독자들에게 직접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했던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이 난의 후미도 여백으로 남겨둘 수 없느냐”고 편집자에게 요청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몇 줄 분량의 여백을 남겼다. 여백은 작았지만 그로부터 많은 안식을 얻은 독자들의 마음을 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딸은 끝으로 랜더스씨가 독자들에게 “내 인생은 그야말로 멋진 여행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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