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우승해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정한 나라도 많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4-1로 꺾고 우승했다. 3차례의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구 소유하게 된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무려 사흘간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했다. 1986년 아르헨티나는 자국 팀이 서독을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다음날인 7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했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7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하자는 동의안이 영국 하원에 제출되기도 했지만 8강전에서 브라질에 져 자동 폐기됐다.
▷마침내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월드컵 4강을 기념해 7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한 것이다. 정부는 ‘월드컵 기간 중 보여준 국민의 뜨거운 열기와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70년대 이후 선거일을 제외한 임시공휴일은 박정희(朴正熙·72년) 전두환(全斗煥·80년) 노태우(盧泰愚·88년) 대통령 취임일, 박 대통령 국장일(79년) 서울올림픽 개막일(88년) 정도. 이후 14년 만에 월드컵 4강이라는 기분 좋은 이유로 임시공휴일이 지정된 것이다. 이번 월드컵 들어 한국팀이 16강, 8강, 4강에 진출할 때마다 네티즌과 젊은 응원단을 중심으로 임시공휴일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쏟아낸 것도 주효했다.
▷이 바람에 이날을 단체장 취임일로 정했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취임식을 하루 연기하는 등 혼선을 겪고 있고 경제계도 생산 차질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노는 것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대회가 아니라 한국 국민의 열기를 한데 모은 범국민적 축제로 승화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해방 이후 가장 큰 국운 상승의 기회를 경제논리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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