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가 잃은 것은 없다’

  • 입력 2002년 6월 25일 23시 02분


‘전차군단’ 독일팀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한국 축구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에게 ‘좌절’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 비록 ‘요코하마행’은 이루지 못했지만 월드컵 개막 이후 태극전사들이 이룬 전과는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성취’이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연장전을 두 번이나 치른 후의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선전했지만 높은 신체적 벽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경기 전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잃은 것은 없다. 상대는 역대 월드컵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독일이었다. 세계는 승자인 독일 못지않게 선전 끝에 패한 한국에도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4강 진출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축구는 이미 세계를 놀라게 했다. 72년 월드컵 축구사에 아시아팀이 4강에 진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8강에 오른 것만도 36년 전 북한 이래 한국이 두 번째다. 태극전사들의 무패 행진은 비록 4강에서 멈췄지만 한국은 이처럼 기대치를 훨씬 넘는 결실을 거두었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라는 우리 선수들의 강인한 체력과 끝까지 투지를 잃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을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한다.

한국팀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당당히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운도 아니었다. 1년반의 짧은 기간 동안 한국 축구의 실력을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킨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순수한 열정으로 고된 훈련을 참아낸 우리 선수들 모두의 투혼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값진 결실이기에 그들 모두는 격려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국민은 3, 4위전에도 변함 없는 성원을 보낼 것이다. 태극전사들이여, 잘 싸웠다. 남은 한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라. 우리가 잃은 것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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