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나스닥 붕괴 조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엔론과 타이코인터내셔널에 이어 월드컴까지 분식결산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떨어진 것. IT경기의 회복 지연 및 좋지 않은 기업실적도 어두운 그림자다.
여기다 상반기 결산을 앞둔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주식자산을 국채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급격하게 바꾼 탓도 있다.
정부는 27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동향, 특히 미국 발(發) 악재에 부딪혀 폭락세를 보이는 주식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경부는 이에 앞서 26일 주요 금융기관 재무책임자(CFO)들과 만나 과도한 주식매도 자제를 요청했다.
▽폭락은 미국과 국내기관 탓=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지수가 장중 한 때 9·11테러 직후 수준으로 급락해 위기감을 높였다. 나스닥 선물도 떨어지고 있어 주가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손절매에 나선 것도 폭락을 부추겼다. 투자전략팀장 10명 중 4명이 기관의 손절매를 주가 폭락 원인으로 지적했다.
강성모 팀장은 "기관들은 산 값보다 15∼20% 주가가 떨어지면 '무조건' 판다. 기관들의 경직된 위험관리 체계가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IT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증시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 3·4분기 IT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팀장은 "90년 대 말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무리하게 실적을 부풀린 것 같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지도 않은데 그 실적마저 거짓말이라면 주가 폭락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추세 하락은 아니다=투자전략팀장들 가운데 한국 증시가 추세적 하락에 들어섰다고 답한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조정이 길어지고 조정의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뿐이라는 얘기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전략팀장은 700선을 지지선으로 판단했다. 박문광 팀장은 650선에서 반등을 예상했다.
코스닥과 거래소에 대한 엇갈린 전망도 나왔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기술적으로 볼 때 코스닥시장은 추세적 하락세처럼 보이지만 거래소시장은 아직 조정 중"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팀장은 "한국 기업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좋다. 내수 소비도 양호하다. 외부적인 변수 탓에 주가가 지나치게 급락했다. 곧 급락세는 멈출 것이다"고 내다봤다.
▽관망하며 저가매수 노려라= 주가가 폭락한 26일 국내 주요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들은 투매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주가 반등 시기는 3·4분기 말이나 4·4분기로 예상했다.
홍성태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현 수준 이상의 주가 반등은 반드시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투자전략팀장은 "지나치게 주가가 떨어졌다. 오히려 우량주를 싼 값에 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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