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5월에 기업대출 금리를 내린 반면 가계대출 금리를 예금 금리보다 2.6배나 올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지표금리로 쓰이는 국고채 3년물 유통수익률(금리)은 25일 전날보다 0.08%포인트 떨어진 5.75%였다. 이는 올 들어 최고치였던 4월9일의 6.58%에 비해 0.8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연중 최저치였던 3월2일(5.71%)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5월7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나 이후 시장금리는 오히려 0.63%포인트 내렸다.
26일에는 채권을 사려는 주문이 몰리면서 국고채가 한때 연중 최저치보다 낮은 5.46%에 거래됐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경제성장률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 경제가 좋아지면 자금 수요가 늘고, 물가가 오르면서 돈 가치가 떨어져 금리는 오르게 된다. 따라서 올해 경제성장률 추정치 6∼7%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예상치 3∼4%를 더하면 금리는 9∼11%가 적정 수준인 것이다.
대부분의 시장관계자들은 최근 금리 하락의 첫째 요인으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꼽는다.
윤면식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차장은 “국내경기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나 미국경제가 주가 및 달러화 가치 하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채권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요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해 생기는 수급 불균형. 채권은 가격과 유통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즉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은 오르지만 수익률(금리)은 낮아지게 된다.
신동준 한국투자신탁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4월 이후 국고채 발행물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작년에 31조원어치가 발행된 예금보험공사채도 국회 동의를 못 받아 전혀 발행되지 않는 등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연초에 금리 상승을 예상했던 금융회사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 및 현물시장에서 채권 매수를 늘린 것도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도훈 대신증권 채권팀 차장은 “대외 변수가 불안정하지만 시장에 공개된 경제지표가 모두 반영되면 금리는 하반기에 6.2∼6.5%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금리가 내리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조금 올리고 대출금리를 많이 올려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에 은행들이 새로 취급한 예금 금리는 평균 4.05%로 4월에 비해 0.05%포인트 올랐다.
은행들은 신규 가계대출에 대해 4월보다 0.13%포인트 높은 평균 7.32%의 금리를 적용했다. 특히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 금리는 9.61%로 3개월 만에 0.5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은행들은 가계대출과는 달리 대기업 대출금리를 0.44%포인트,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0.04%포인트 낮췄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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