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7…1925년 4월 7일(7)

  • 입력 2002년 6월 26일 18시 10분


산파가 내리면서 세 시간 후에 와 달라고 부탁한 인력거가 집 앞에 도착했다.

“출산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산파 할매, 조금 있으면 돌아갈 거라예” 우철이 인력거꾼에게 알렸다.

그런데, 과연 얼마를 내야 하나, 왕복이니까 4엔은 할지도 모르겠다, 산파에게는 얼마를 내야 하는 것일까, 낼 수 없으면 아버지는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왼 발목을 돌리고 있는데 용하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나란히 금줄 아래를 지났다.

“여보, 애썼다”

“여보, 아들이다”

용하는 도구를 소독약으로 씻고 있는 일본인 산파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덕분에, 아내하고 아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인사를 드리러 가겠습니다만 정말 고맙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두 시간 정도 상태를 살펴보는데, 오늘은 밤도 늦었고 할머니가 계시니까, 이제 그만 실례를 하겠어요. 만약 출혈이 심하거나 갓난아기가 젖을 빨지 않으면, 곧장 오겠어요. 도련님이 형님 구실을 톡톡히 했어요.”

우철은 눈을 내리깔고 오른 발의 엄지 발가락으로 왼발의 엄지발가락을 비비면서, “출혈이 심하거나 아기가 젖을 빨지 않으면 바로 오겠다”라고만 통역을 했다.

“성함을 아직 묻지 못했습니다.”

“이나모리 키와라고 합니다.”

“저는 이용하입니다.”

이집의 주인과 산파 할머니가 이름을 주고받았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산파는 깊이 깊이 머리를 숙이고 산실에서 나갔다.

용하는 갓난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지금은 고무신 가게를 하고 있지만, 희향과 결혼하기 전에는 관상쟁이를 하면서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떠돌아다녔다. 용하는 밀양에 흘러들때 등에 메고 있었던 보따리를 아직도 벽장 속에 간직하고 있고, 가끔은 ‘마의상법(麻衣相法)’을 들춰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마 한 가운데가 높이 솟아 있으면 부귀를 누릴 수 있다’ ‘몸을 흔들지 않고 걷는 사람은 재물을 모으고 장수한다’ ‘눈이 탁하고 눈빛에 광채가 없는 사람은 일찍 유명을 달리 한다’ 고 동네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었다.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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