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열리기 전 ‘월드컵을 성공시키자’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그런 캐치 프레이즈가 자연스럽게 쓰여진다.
2년 전 일본과 한국의 저널리스트가 니가타에서 심포지움을 열었다. 그곳에서 “성공이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우선 성공의 의미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 기자가 “성공이라는 것은 자국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하자, 일본측은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고 반박해서 논의가 뜨꺼워졌다.
결론은 없었다. 실제로 사람에 따라 ‘성공’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대회 주최측은 아마도 ‘적자를 내지 않는 것’일 테고, 나카즈에무라(일본의 카메룬팀 캠프지)는 ‘마을 사람들이 한덩어리가 되는 따뜻한 교류’일 것이고, 유니폼 업자는 팔리고 또 팔려서 좋아하는 것일 게다.
일본대표선수와 트루시에감독은 예선리그 돌파였을 것이고, 국위선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일률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나에게 월드컵은 ‘여행’이었다. 보따리를 메고 냄새나는 셔츠를 자랑하면서 옛 서독 아르헨티나 스페인 멕시코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의 각 대회를 취재해 왔다.
이번 대회는 집에서 직접 경기장을 오갔다. 여권도 필요없었다. 수십만엔씩 하는 프레스티지석에는 호화로운 저녁식사까지 딸려 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아내가 만들어준 주먹밥을 스탠드에서 먹으며 월드컵을 관람했다.
이런 꿈같은 일이 정말로 실현될 줄이야. 그것이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자기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성공’ 아닐까.
주조 가즈오 축구평론가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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