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전생의 하멜처럼
히딩크는 머나먼 서쪽에서 온 달마
그의 눈길이 머무는 찰나 우리들의 심장 붉게 열리고
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 승리에 굶주린 전사들이 돌진한다
골문을 향해서 대포알처럼 날아간 포탄이 터질 때마다
용장의 주먹은 하늘 깊은 곳을 꿰뚫는다
지축을 뒤흔드는 사람들아 공놀이하는 달마에게 묻지 마라
그들이 왜 세계의 그라운드를 천리마처럼 질주하는가를
세계의 중심에 백의민족의 열정을 폭죽처럼 피워 올리리니
달마는 왜 왔는가, 달마는 달마가 아니라
푸른 잔디밭에 용수철처럼 튕기다가 멈춘 공 하나
밤새 소리질러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목구멍에선
새빨간 꽃 한 송이 누구나 환희처럼 피어나고
우리 모두가 승리의 감격을 벅찬 가슴에
영원한 불덩어리처럼 새길 지니 결코 멈추지 마라
승리의 전사들이여,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열 두 마리 천마총의 천마들은 바야흐로
암흑의 질곡을 발굽 아래 떨쳐버리고
뭉게구름을 박차며 달려나가 떠오른 태양이여
아아 우리들의 영광, 새 세기의 첫 승자여 불멸하라!
◇최동호 시인의 말
그는 국가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전생의 하멜처럼 머나먼 서쪽에서 온 달마'로, 그와 매 경기 선발 멤버를 포함한 열 두 명은 '열두 마리 천마총의 천마'로 묘사했다.
그는 "'달마가 동쪽에서 온 까닭을 묻는 질문에는 진리란 장소를 넘어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깨달음이 들어 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열정과 힘을 찾아내 분출시켰다는 점에서 그를 서쪽에서 온 달마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을 천마로 묘사한 것은,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좁은 지역성과 갈등에서 벗어나 천수백년 전 신라인들처럼 세계로 웅비해 나가자는 꿈을 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