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김우상/이젠 스포츠-회의 외교다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47분


대한민국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열정과 시민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태극전사들이 유럽의 강호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할 때마다 전 세계 언론들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이변을 대서특필했다. 이들 언론은 준결승전에서 비록 독일팀에 지긴 했지만 대한민국 팀의 선전과 ‘붉은 악마’들의 열광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한 응원을 격찬했다.

▼인기종목 대형스타 발굴을▼

2002한일월드컵의 성공적 개최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Made in Korea’ 상표를 홍보하는 효과도 지대하다. 무엇보다도 21세기를 맞이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외교 방향을 제시해 준다.

대한민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상대적 약소국이다. 그러므로 21세기 대한민국이 주변 강대국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길은 스포츠 외교와 회의외교에 주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적 국제경쟁력을 길러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월드컵과 같은 지구촌의 축제무대에서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것이다. 또 월드컵과 올림픽 이외에 크고 작은 국제스포츠 경기를 유치하고 외교안보, 경제, 문화, 시민운동 관련 국제회의를 개최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안정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국제회의 최다 개최국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국제회의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축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종목은 물론 한국인들이 즐기고 기량이 뛰어난 종목의 선수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뤄낸 태극전사들을 배출해냈다. 그밖에도 우리는 태권도 종주국이고 양궁 최강국이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의 나라다. 또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PGA 및 LPGA에서 활약하는 프로골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키워냈다. 지속적인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스포츠 강국을 향한 우리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 수준의 선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국제적 경기와 회의를 국내에 유치하고 계획 및 진행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주요 국제경기단체의 임원은 국제경기나 관련 국제회의를 국내에 유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는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배출해냈고, 이들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국내에 유치하는데 기여했다. 더 많은 국내 엘리트 및 민간 외교관들이 다양한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원봉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국어에 능통한 시민들을 키워내는 데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국제경기와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경기장과 회의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경기장과 회의장 주변이 환경 친화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 그래서 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광객, 경기참가 선수, 회의 참가자들 모두가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국제회의장으로 명성을 날리는 세계적 도시들은 환경친화적이고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빈 제네바 싱가포르 등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 더 그 도시를 방문하고 싶어한다. 한반도에도 이런 시설을 갖춘 지역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세계적 국제회의장 필요▼

혹자는 서울을 포함한 우리 국토 전체가 이미 난개발로 인해 회복 불능에 빠졌다고 한탄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쓰레기 매립장이던 난지도 주변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웅장한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주민들의 협조만 있다면 환경친화적인 국제 스포츠 경기장 및 국제회의장을 건설하고, 국토의 상당 부분을 전통미를 살린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대한민국은 스포츠외교 및 회의외교를 주도하는 동아시아 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후 동아시아의 안보, 경제, 시민운동 관련 주요 국제회의들이 한반도에서 개최되고 한국인들이 회의를 주도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강대국 대표들을 옆자리에 앉히고 중앙에서 회의 의장의 역할,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 정치인, 외교관, 경제인, 스포츠 및 시민단체 지도자들의 활약상이 눈에 선하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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