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벌점이 되면 초중학생인 경우에는 50㎝, 고교생은 60㎝의 매를 사용해 남학생은 엉덩이를, 여학생은 허벅지를 때리게 했다. 이때 횟수는 초등학생은 5회 이내, 중고교생은 10회 이내로 때릴 수 있게 했다.
교육부가 매질의 도구와 부위, 그리고 횟수 등을 규정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매질문화의 대표적 국가로 알려져 있는 싱가포르의 제도를 모방한 것 같다. 매질문화를 모방하려면 껍질만 모방할 것이 아니라 매질이 실시되는 사회문화적 본질을 고려했어야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남자 성인이나 청소년에게 공개적으로 매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매질제도를 실시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매를 맞는 당사자에게 고통을 주어 다시는 잘못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하는 따끔한 각성을 주고자 하는 교정의 효과다. 아울러 이러한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나는 저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공개적으로 매질을 실시한다.
두 번째는 사회문화적 차원이다. 싱가포르에서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매질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남성우월주의와 명예를 존중하는 유교주의 가치관에 매질제도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사람들 앞에서 울어도 되고 남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는 남성우월주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따라 싱가포르에서는 오래 전부터 남성이 대중 앞에서 운다는 것은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매질을 실시할 때에는 대중이 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실시함으로써 예방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매질을 남성들에게만 실시함으로써 수치감을 주는 유교적 문화효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매질에 관한 인권의 문제가 계속 대두됨에도 불구하고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가지 질문을 교육부에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부에서 제시한 매질제도가 청소년에게 반성의 기회와 예방의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체벌하기까지의 누적 벌점제 운영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시기와 체벌 실시 시기의 시간적 간격은 매질의 교정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둘째, 청소년들에게만 매질이 실시되는 것은 공평한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유교주의적 사고가 희박할 뿐만 아니라 벌을 받으면 재수가 없다거나, 돈이나 힘이 모자라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회풍조 속에서는 매질을 당한 청소년들이 잘못해서 매질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거나 힘이 없어서 매질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질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효과도 불분명하고 사회적 수치심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교 내의 청소년 지도가 어려운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학교청소년 지도를 위해 고심 끝에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에서 매질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도 이해한다. 그러나 매질이 체벌교육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현장에서 매질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해도 매질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매질 방편을 제시한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교육부는 매질과 체벌교육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체벌교육에는 개인이나 단체훈련 등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매의 규격, 매질의 부위 횟수에 대해서 논하기보다는 매질로 인해 발생되는 청소년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교사의 권익보호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체벌 실시의 상황이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체벌에 대해 보고하는 제도만이라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체벌이 실시되었을 경우에 체벌을 실시한 교사가 그 이유와 실시 결과를 교장에게 보고하고, 교장은 이를 교육청에 보고하게 하는 절차만이라도 제대로 갖춘다면 청소년의 인권과 교사의 권익이 함께 보호받는 환경에서 청소년들은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전 청소년보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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