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칸 야신상 받았지만…

  • 입력 2002년 6월 30일 23시 12분


한국과의 준결승전을 끝낸 뒤 독일의 ‘수호신’ 올리버 칸(33)은 결승 상대로 브라질을 희망했다. 그리고 30일 요코하마월드컵경기장에서 칸은 소원대로 브라질을 맞아 결승전을 치렀다. 하지만 칸의 이런 확고한 카리스마도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의 현란한 발재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 칸이 2골을 허용한 것은 처음.

사실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르기까지 칸이 보여준 활약은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이었다. 칸은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을 수상했다.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1실점. 5경기 연속 무실점의 기록만으로 그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결승전은 상황이 달랐다. 그가 맞닥뜨린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화력을 가진 팀이었고, 혼자서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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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약체’로 분류됐던 독일이 결승에 오르기까지는 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칸은 독일의 든든한 뒷문이었고, 선수들의 맏형이자 지도자였다.

93년부터 독일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칸이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4년 미국 대회에서는 일그너의 그늘에 가려 있었고, 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안드레아스 쾨프케가 독일의 골문을 지켰다. 98년 쾨프케가 대표팀 은퇴를 발표하면서 칸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기량에 비해 늦게 소원을 이룬 편이지만 칸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보기에, 또 팬들이 보기에 후회없는 경기들을 펼쳐왔다. 2002 한일월드컵은 칸이 독일 최고, 유럽 최고의 골키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발돋움한 기회였다. 그에게 주어진 야신상이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야신상을 받았다는 기쁨 따위는 월드컵 트로피를 놓친 아쉬움에 묻혀버리는 것이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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