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車-제약-식품, PL법 시행 바짝 긴장

  • 입력 2002년 7월 1일 17시 46분


증권 시장에 ‘제조물책임법(PL법)’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1일부터 시행된 PL법은 자동차 제약 식품 등 업종에는 악재, 보험업종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PL법은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때 업체의 배상의무를 넓고 강하게 규정하고 있어 상장·등록업체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는 이 법에 따른 소송이 업체를 파산으로 몰고 간 사례도 있다. 신영증권 장득수 투자전략팀장은 “소송에 휘말려 업종 전체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판례가 폭발력 결정〓투자전략가들은 PL법이 증시에는 악재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가공할 폭탄인지, 장난감 화약으로 그칠지는 불투명하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소송에 따른 판례가 나와 봐야 PL법의 충격을 알 수 있다. 지금으로선 불확실성 자체가 기업에 악재”라고 말했다.

▽자동차 제약 식품 등엔 악재〓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제품의 결함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자동차 제약 식품 등은 PL법에 따른 대표적 피해업종”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종은 결함으로 인명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본 스즈키, 미국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은 소송 탓에 수천억원을 배상해왔다. 89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트럭충돌로 인한 폭발사고로 10대 소년이 사망하자 4년 간 소송을 진행하다 93년 1억500만달러를 배상금으로 물어주었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PL법이 부담스럽다. 차체 결함의 원인이 부품에서 발견되면 자동차업체가 그 책임을 부품회사에 물을 수 있기 때문.

동부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자동차 급발진 등은 소비자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여서 소송이 진행되면 업계 전체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 의료와 관련한 해외 사례로는 고엽제 석면 실리콘젤 등 소송이 유명하다. 폐암을 일으키는 석면 소송으로 세계 최대의 석면제조업체인 미국 존스멘빌사가 파산했다. 유방확대제인 실리콘젤 제조업체인 미 다우코닝사는 32억달러가 넘는 돈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했다.

메리츠증권 오승택 연구원은 “국내 제약업체의 수익구조는 양호하다. PL법의 위험을 고려해 투자종목을 고를 때 생산설비 및 품질관리 상태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은 수혜 예상되지만〓PL법의 유일한 수혜 업종으로는 보험업종이 꼽힌다. 소송에 대비해 업체들의 관련 보험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보험업계는 PL법 시행으로 새롭게 형성될 시장 규모를 1000억∼3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손해보험사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다. 보험사가 새로 얻을 보험 계약액 중 90% 이상을 재보험 가입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 수익이 커지기는 어려울 전망. 신규광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PL법에 따른 보험 시장 확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PL법 시행만으로 보험사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다치거나 손해를 보았을 때 제조업체의 배상 의무를 규정하는 법.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해야 했으나 1일부터 기업이 제품의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손해 배상의 주체도 제조업자 가공업자 수입업자 등으로 확대됐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PL법 관련 업종 현황
업종피해(수혜) 전망
자동차소비자 피해보상 요구가 가장 많은 업종. 급발진 급가속 등 원인의 업체 규명 부담 증가. 인명 피해 시 배상금 거액 예상.
식품 제약단일 제품의 소비자가 많아 소송시 건수 및 배상금액 급증 우려. 제품결함으로 인명 피해 가능. 중소 업체는 소송 부담으로 도산 가능.
보험보험요율 인상 가능.1000억∼3000억 신규 보험 시장 형성 기대.
가전피해보상 요구가 많은 업종.
온라인게임게임중독 등 정신적 피해 보상 소송 제기 가능. 소비자 피해와 제품의 불관련성 입증 어려움.

90년대 미국 기업의 PL소송 패소율
자동차60%
가전제품50%
산업·건설기계60%
일반 소비용품77%
자료:국제PL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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