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톰 행크스 "킬러는 말이 없다, 몸으로 얘기할 뿐"

  • 입력 2002년 7월 1일 18시 46분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

금주법 등으로 미국 시카고는 마피아가 득세하던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도시였다.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한 샘 멘데스 감독의 새 영화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은 1931년 겨울, 시카고 인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7월 12일 개봉하며, 국내 개봉은 9월 예정.

▼'로드 투 퍼디션' 9월 국내개봉▼

28일 오후(현지 시간), 이 영화에서 청부살인업자 마이클 설리번 역을 맡은 톰 행크스(46)를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룸으로 들어서는 그를 보고 각국의 기자들이 일순 긴장하자, 그는 “오, 다들 왜 그래요? 얘기들 하세요, 어서. 우선 난 커피 한잔 마실게요”라며 빙긋 웃었다. ‘유브 갓 메일’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처럼 그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이런 그가 이 영화에서는 말도 없고, 제대로 한 번 웃지도 않는 ‘심각한’ 청부살인업자 역을 했다.

“사실 갱 영화나 총싸움 하는데는 원래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총을 많이 쏘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 스토리가 좋아 출연했습니다. 또 대사가 별로 없어서 좋았죠.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웃음). 일일이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니까요. ”

아이러니의 하나는 설리번은 킬러의 ‘일’을 떠나서는 신심(信心) 깊고 품위있으며 가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패밀리맨’. 그러나 설리번은 내재된 품성과 전혀 다른 자신의 업무가 빚어낸 갈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산다.

“아이들에게는 청부살인업자라는 것을 감추지요. 전 설리번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어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는 일 아니겠어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분명 나쁜 일이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주인공은 그것을 합리화하죠. 상황에 따라 우리도 사회 생활을 하다 나쁜 짓인지 알면서도 그런 일을 할 때가 있잖아요.”

설리번은 밀매매 등 조직적으로 불법 사업을 운영하는 아일랜드계 갱 존 루니(폴 뉴먼)가 신뢰하는 양아들. 루니의 아들이 그를 시기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 애니(제니퍼 제이슨 리)와 둘째 아들(리암 아이켄)이 루니의 친아들에 의해 살해되고, 설리번은 살아남은 큰 아들 마이클 설리번 주니어(타일러 후츨린)와 복수의 길을 떠난다.

“모든 아버지는 아들이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그런 거예요. 실제 아들이 나와 같은 길을 간다면…? 아이가 학교에서 연극도 하고 그런 방면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게 도움을 요청하면 조언은 해 줄 수 있어요. 다만, 단점은 아버지가 톰 행크스라는 거겠죠(웃음).”

6월초 그는 미국영화협회(AFI)가 제정한 공로상을 받았다. 일생에 걸쳐 영화에 공로를 세운 이에게 주는 이 상을 받기에 40대 중반인 그는 너무 젊다.

“이른 나이에 상을 받았죠.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어요. 파티도 열었구요. 그렇다고 벌써 은퇴하란 얘기는 아니겠죠?”

앞으로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개봉될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에 출연할 계획이다.

시카고〓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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