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젠 대박만 남았어요"…박정현·조관우 새음반 호평

  • 입력 2002년 7월 1일 18시 46분


《월드컵의 열기로 가요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영화 등 다른 문화 상품도 위축됐지만 가요는 mp3로 인한 타격이 현재 진행형인데다 월드컵으로 인한 무관심이 겹쳐 “이제 바닥을 봤다”고 음반 기획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전같으면 그저그런 수준인 10만장이 요즘 ‘대박’의 커트라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박정현과 조관우가 발빠르게 ‘포스트 월드컵’을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6월 중순경 음반을 발표한 뒤 라디오 등 방송가를 누비고 다니며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박정현

박정현은 ‘월드컵 공식 가수’ 중 한 사람. 듀엣 ‘브라운 아이즈’와 월드컵 공식 음반을 발표했고 개막 및 폐막식 무대에서도 노래했다. 수개월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월드컵 홍보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새음반 ‘Op.4’는 이런 바쁜 일정의 틈을 비집고 준비한 음반이다. ‘Op.4’라는 타이틀은 클래식의 작품 번호를 가리킨다. 그만큼 ‘작품’임을 장담한다는 메시지다.

▼웅장한 타이틀곡 매력▼

타이틀곡 ‘꿈에’는 ‘R&B(리듬앤블루스)의 요정’으로 불리던 박정현과 사뭇 다르다. ‘꿈에’는 대곡 스타일로 소금의 몽환적인 솔로 연주와 곡의 극적인 변화,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코러스 등으로 웅장한 파노라마를 연상시킨다. 변화무쌍한 이 곡을 무리없이 이어가는 박정현의 보컬 역량은 전문가들의 호평 그대로다.

이 노래의 보컬 구성이나 스타일은 박정현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이례적으로 재킷에 ‘보컬스 프로듀스드 바이 박정현’으로 기록했다.

박정현은 “‘꿈에’는 실험적 시도를 담았으나 어렵지 않고 기본적 멜로디가 매끄럽다”며 “팬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꿈에'등 실험적 작품도▼

새음반은 ‘꿈에’ 외에 다양한 시도를 담고 있다. 황폐한 도심속에서 한 소녀가 홀로 읊조리는 듯한 느낌의 ‘플래스틱 플라워(상사병)’도 이전 박정현에게서 느낄 수 없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또 뮤지컬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미운 오리’, 깔끔한 느낌의 발라드 ‘생활의 발견’, 음의 찌그러짐과 몽롱함을 대조시켜 지친 심신을 표현한 노래로 박정현이 작곡한 ‘퍼프(puff)’ 등도 박정현 음악의 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콜럼비아대 영문학과에 다니다가 음반 활동을 위해 휴학중이다. 앞으로 영문학자나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UCLA 연극영화과에서 학교를 옮길만큼 그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재원이기도 하다.

#조관우

‘리메이크의 명인’ 조관우는 “요즘 데뷔때보다 활동을 더 많이 한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와 무게가 비슷한 톱 가수들의 새음반이 월드컵 기간동안 ‘품절’되는 바람에 라디오 출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새음반 ‘마이 메모리스 2’는 리메이크 음반으로 신곡은 3곡 담았다. 이 음반은 ‘님은 먼곳에’ 등을 담아 100만장이 넘게 나갈 만큼 선풍을 일으킨 리메이크 음반 ‘메모리’(1995년)의 후속편.

▼최연제 히트곡 리메이크▼

새 음반의 타이틀곡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은 93년 가수 최연제의 히트곡으로 이를 조관우가 리메이크했다는 게 다소 의외다. 조관우는 “그동안 70년, 8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했는데 이 노래를 90년대 대표 발라드의 하나로 꼽았다”고 말했다. 조관우는 이 노래를 특유의 고음과 풍부한 해석으로 최연제의 노래와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다.

수록곡은 ‘얼굴’(윤연선)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최진희) 등. 특히 그는 ‘얼굴’의 간주에 국악을 삽입한 것에 대해 “내 음악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우연히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을 만나자 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음반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쓴 뒤 달려갔다.

▼"작은 가요사 썼다" 평가▼

리메이크 음반은 팬들에게 낯익은 원곡을 가수가 얼마나 새롭게 해석하는지가 관건. 조관우는 특유의 고음 가성 창법으로 이들 노래를 원곡과 전혀 다르게 내놓고 있다.

특히 조관우의 가성은 ‘귀곡성’이라고 불릴만큼 남달라 리메이크 음반의 수록곡들이 새로운 느낌을 주느냐 아니면 ‘소름끼침’같은 거부감을 주느냐가 듣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새음반은 가성의 톤 조절과 음역 조정에 공들인 음반”이라며 “두번의 리메이크로 조관우는 작은 가요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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