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L법 졸속시행 걱정된다

  • 입력 2002년 7월 1일 18시 46분


7월1일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PL)법은 준비가 소홀한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0년 1월 법 제정 이후 2년반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시행 초기부터 파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니 과연 정부가 시행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소비자보호’라는 법 제정 취지는 한낱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이 법은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신체적 혹은 재산상 피해를 보았을 경우 제조자가 이를 배상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해야 했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소비자 보호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책임이 무거워진 만큼 소비자 안전에 허술하게 대응할 경우 소송에 휘말리는 등 경영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외국의 경우 PL소송으로 대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도 있어 기업들은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이 소송이나 면하려는 소극적 자세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피해배상이나 줄일 목적으로 사용설명서 등에 경고표시를 하는 등 방어적 대응에 그치는 것은 정부가 법 공표 이후 안이하게 보냈던 것과 같이 무책임한 일이다. 그나마 이 정도 준비도 일부 대기업이나 가능한 일이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내 전담조직을 갖춘 회사가 1%도 안될 정도로 대책이 없다고 하니 걱정이다.

PL법이 제대로 시행되면 소비자는 억울한 피해로부터 보상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제품의 안전도가 개선되어 상품의 대외경쟁력이 한층 향상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연구 개발단계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소비자 안전을 생각하는 경영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PL제도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대세가 된 것이 사실이다. 어차피 시행이 시작된 만큼 기업들은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하며 정부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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