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햇볕정책 '허점' 드러낸 싸움이니

  • 입력 2002년 7월 1일 18시 46분


24명의 국군 사상자를 낸 북한의 서해 도발에 대한 우리군의 대응태세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교전 결과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과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안보 현실의 심각성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북한 경비정은 올해만 해도 10차례 이상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흔히 있는 일 정도의 소극적인 조치만 취한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 역시 햇볕정책 분위기에 휩싸여 북측의 그 같은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99년 6월 발생한 1차 교전 당시 지시했다는 ‘먼저 발사하지 말 것’ ‘상대가 발사하면 교전수칙에 따라 발사할 것’ 등의 이른바 4대 수칙은 이번 우리군의 초기 대응에 결정적인 한계를 노출시켰다. 우리군은 이 수칙에 따라 북한 경비정이 NLL을 태연히 침범해도 총 한방 먼저 쏘지 못하고 있다가 북한군의 선제 표적공격에 속절없이 당한 것이다.

우리군은 그렇게 당하고 난 후에도 화염에 휩싸여 NLL을 넘어 도망가는 북한 경비정을 보고만 있었다. 수천발의 포탄으로도 우리의 유효사거리 안에 있었다는 북한 경비정 1척을 침몰시키지 못했다. “격침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렇게 되면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제했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 KF16기가 초계비행만 했다”는 게 군 고위당국자들의 얘기다. 그런 설명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들린다.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응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국토방위라는 군 본연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북한군은 우리군의 대응한계를 미리 간파하고 선제공격을 했다. 말하자면 우리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이를 악용한 것이다. 더 이상 이번과 같은 한심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햇볕정책에서 생긴 안보 현장의 허점은 시급히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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