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전사자 합동영결식]못다핀 꽃들 호국의 영령되어…

  • 입력 2002년 7월 1일 18시 46분


전사자 합동영결식[박영대기자]
전사자 합동영결식[박영대기자]
지난달 29일 서해상에서 북한의 도발로 전사한 윤영하(尹永夏) 소령과 조천형(趙天衡) 상사, 황도현(黃道顯) 서후원(徐厚源) 중사의 합동영결식이 1일 오전 9시반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종합체육관에서 해군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유족 300여명과 해군 제2함대 소속 장병 320명을 비롯해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장정길(張正吉) 해군참모총장 등 90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군악대가 쇼팽의 ‘장송행진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해군장병들이 전사자들의 유해가 든 4개의 관을 식장으로 들여오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을, 남편을, 오빠를 목메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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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아, 엄마 여기 있어. 나 좀 봐라. 도현아….”

황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씨(54)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 상사의 어머니 임헌순씨(55)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이름을 부르다 실신했다.

서 중사의 어머니 김정숙씨(48)도 잠시 정신을 잃어 가족과 친지들이 팔을 주무르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계속 닦아냈다.

윤 소령의 어머니 황덕희씨(57)는 차마 아들의 관을 쳐다보지 못하고 흰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남편 윤두호씨(61)가 황씨의 등을 쓸어내렸다.

영결식은 해군참모총장의 조사와 고인들의 군 동기 4명의 추도사에 이어 헌화와 3발의 조총(弔銃) 발사, 그리고 묵념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장 총장은 “꽃다운 20대의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꽃잎이 찢기어 파도 위에 뿌려졌지만 그대들이 가신 길은 영광되고 고귀한 길이 아닐 수 없다”며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영결식 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던 윤 소령의 아버지는 마지막 길을 떠나는 아들의 영정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놓다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조 상사의 부인 강정순씨(29)는 소복차림으로 자리에 앉아 “여보야…. 보고 싶어서 어떡해. 어떡하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하다 곧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오늘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집에서 기다려야지”라고 헛소리까지 해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안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 중 ‘꿈 속의 고향’이 흐르는 가운데 전사자들의 운구행렬은 성남시립화장장으로 향했다.

어머니들은 화장장 입구에서 영정을 붙잡고 몸부림쳤다. 조 상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대고 “아이고, 나이도 어린 것이 어떡해…”라며 울부짖다 쓰러졌다.

윤 소령의 어머니 황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사자 4명의 유골은 대전국립묘지로 옮겨져 오후 5시경 안장됐다.

한편 이날 영결식에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와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의전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유족들의 불만을 샀다.

일부 유족은 “남북 관계에 파장을 미치지 않으려는 노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를 지키다 숨진 장병들의 마지막 길을 국가 지도자들이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길진균기자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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