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군은 북한 경비정이 조만간 또다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교전규칙 수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군 당국은 북한이 NLL을 침범, 추가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교전이 벌어진 해역은 점차 평온을 되찾고 있지만,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평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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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이후 북한이 교전 사태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며 NLL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서도 북측의 추가 도발 의지가 감지된다는 게 군 당국의 얘기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서해교전은 남측의 일방적인 NLL 주장 탓”이라며 이번 도발의 주목적이 ‘NLL 무력화’에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다만, 북한도 남한의 격앙된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정세를 관망하면서 냉각기를 가지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이 다시 NLL을 침범할 경우엔 서해교전 때처럼 북한 경비정 단독으로 남하하기보다는 먼저 북한 어선을 NLL 남쪽으로 내려보낸 뒤 이를 단속한다는 명분 하에 경비정이 뒤따라 NLL을 침범하고 돌아가는 식의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남한 정국의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추가 도발 시 대응〓군 일각에서는 북한 경비정이 다시 NLL을 침범할 경우 아군에 대해 먼저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경고방송→경고사격→위협사격→격파사격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이 어로 단속을 명분으로 내세울 경우 이처럼 강경 대응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군 관계자는 “NLL을 고수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지만 NLL은 정전협정에 의해 정해진 군사분계선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북한 함정이 NLL을 넘어섰다고 바로 공격하는 것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NLL은 6·25전쟁이 끝난 뒤 1953년 8월 유엔군사령부가 북한과 협의 없이 설정한 해상분계선으로, 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 함정의 NLL 침범시 경고 또는 밀어내기식으로 몰아내 NLL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지켜왔지만 국제법상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선제공격을 사실상 금하고 있는 유엔사의 교전규칙을 수정하는 작업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처럼 의도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즉, 교전규칙이 수정되기 전이라도 NLL 인근 해상에 고속정과 초계함, 호위함을 한 팀으로 배치해 북한 경비정의 도발시 즉각적이고 철저한 응징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군 당국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할 경우 아군 초계함이 북한 경비정을 제압할 수 있는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아군 고속정이 적함에 접근토록 하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나치게 근접하는 것은 금하기로 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