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선우/월드컵 열기 VS 戰死

  • 입력 2002년 7월 1일 19시 00분


월드컵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발생해 우리 해군 장병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서해 도발에 대한 일부 젊은층의 반응은 월드컵 열기와는 대조적이었다.

“사람들이 들으면 욕하겠지만 난 솔직히 별 관심도 없고 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에는 신(新)북풍론이나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떤 회사원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긴 온 모양이군’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이 월드컵 열기에 취해 잊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6월 한 달 동안 우리 군은 비상체제였다. 온 국민이 경기장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을 때 많은 장병들은 경기도 보지 못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응원단이 태극기를 ‘입고’ ‘걸치고’ 있을 때 경계근무에 나섰던 해군 장병들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10여명은 아직도 병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들의 영정을 붙들고 통곡하는 어머니 앞에서, 세 살짜리 어린아이까지 외치던 “대∼한민국”은 단지 응원 구호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안보에 대해 무관심해졌을까. 한 교사는 “반공이 강조됐던 교육과정이 많이 느슨해졌고 교과서에도 예전에 비해서는 반공교육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고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일부는 “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북한과는 한 민족이라는 점이 너무 강조되는 바람에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안보 무관심까지 불러온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월드컵이 온 국민이 하나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면 북한의 서해 도발은 남북이 여전히 갈라진 둘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우리 모두가 외친 “대∼한민국”이 응원 구호에 그치는 것이라면 거리응원에서 봤던 태극기 물결과 애국가를 4절까지 열창하던 열정,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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