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들으면 욕하겠지만 난 솔직히 별 관심도 없고 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에는 신(新)북풍론이나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떤 회사원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긴 온 모양이군’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이 월드컵 열기에 취해 잊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6월 한 달 동안 우리 군은 비상체제였다. 온 국민이 경기장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을 때 많은 장병들은 경기도 보지 못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응원단이 태극기를 ‘입고’ ‘걸치고’ 있을 때 경계근무에 나섰던 해군 장병들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10여명은 아직도 병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들의 영정을 붙들고 통곡하는 어머니 앞에서, 세 살짜리 어린아이까지 외치던 “대∼한민국”은 단지 응원 구호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안보에 대해 무관심해졌을까. 한 교사는 “반공이 강조됐던 교육과정이 많이 느슨해졌고 교과서에도 예전에 비해서는 반공교육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고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일부는 “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북한과는 한 민족이라는 점이 너무 강조되는 바람에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안보 무관심까지 불러온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월드컵이 온 국민이 하나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면 북한의 서해 도발은 남북이 여전히 갈라진 둘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우리 모두가 외친 “대∼한민국”이 응원 구호에 그치는 것이라면 거리응원에서 봤던 태극기 물결과 애국가를 4절까지 열창하던 열정,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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