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노릇이다. 나라를 위해 싸우던 꽃다운 젊은이들이 불귀(不歸)의 객(客)이 됐거늘 그 마지막 가는 길에 정부와 군의 지도급 인사들이 의전상 관례를 지키느라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다니 이러고서도 군인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할 것인가. 그렇게 말하려면 국가가 먼저 그들의 죽음을 더욱 값지게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사망장병의 빈소와 부상장병의 병실을 찾았어야 했다. 총리와 국방장관은 영결식에 참석해 순국장병의 영혼과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해야 했다. 이는 나라가 나라답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정부가 이번 순국장병 영결식을 고의로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국방부의 비협조로 당 지도부가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희생자 장례식을 3일장으로 서둘러 연휴기간 중에 끝낸 점이나 국방부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국군수도병원 외에 별도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아 일반국민이 조의나마 표할 수 없게 한 점 등도 석연치 않다.
일부 유족들의 말처럼 남북 관계의 파장을 고려해 전사한 장병들의 영결식마저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의혹이 더 불거지기 전에 전후 사정을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 아울러 전사 장병에 대한 보상금도 그들의 고귀한 죽음에 걸맞은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 이는 순국장병과 유가족에 대한 국가의 도리다. 월드컵 축제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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