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축구전용경기장 활용방안 고심

  • 입력 2002년 7월 2일 18시 57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심각한 ‘월드컵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한국의 4강 진입과 대대적인 거리응원으로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민통합이란 무형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경기를 치른 지자체들은 경제적으로 별로 얻은 게 없어 빚더미에 올라앉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각종 시설 마련에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외국인 관광객이 예상보다 적어 재미를 보지 못한 데다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경기장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당초 중국인 등 54만명의 외국인이 월드컵 기간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찾은 외국인은 60%도 채 안 되는 31만명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빗나간 예상, 예고된 적자〓제주 서귀포시는 5만∼7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예상했지만 실제 관광객이 2만2000명에 그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서귀포시가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투자한 돈은 1125억원. 이 중 350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기 때문에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있다.

서귀포시는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경기장을 중심으로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원금을 어떻게 회수하고 또 연간 20억원에 이르는 유지비를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울산시는 당초 관광객과 기자, 선수단 등 5만여명이 찾아 1078억원을 쓸 것으로 예상하고 406개 지정숙박시설에 3자 통역기를 설치하는 등 16억5600여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실제 울산을 찾은 외국인은 2만여명에 불과했고 지정숙박시설에는 외국인이 거의 투숙하지 않았다.

수원시는 당초 8만명의 외국인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4만5000여명이 방문하는 데 그쳤다. 숙박 인원도 예상치의 5분의 1인 8500여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장안구 송죽동 월드빌리지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캠프촌은 조기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인천시는 ‘중국 특수’를 기대했지만 출입국 심사 강화와 중국팀의 16강 탈락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주시는 한국팀이 D조 2위로 16강에 올라갈 경우 한국팀의 경기를 치를 수 있어 상당한 특수를 기대했으나 D조 1위로 올라가 대전에서 경기를 갖는 바람에 타격이 컸다.

대구시 관계자는 “월드컵을 계기로 경기장과 주변 도로 건설 등 도시 기반시설을 확충했고 도시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린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비 재원 마련 비상〓지자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경기장 등의 건설에 들어간 돈은 논외로 치더라도 연간 20억∼50억원에 이르는 경기장 유지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 하는 문제다.

서울시는 프로축구단 유치에다 각종 경기와 대규모 공연을 유치해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까르푸에 연간 91억원에 20년간 할인점을 임대하기로 하는 등 최근 11군데 부대시설의 임대를 위한 입찰을 실시해 110억원에 가계약을 맺었다.

광주시는 프로축구 연고팀의 홈경기를 연 25회 이상 열고 경기장 내외에 광고를 유치해 연간 6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또 경기장에 할인점과 콜라텍 문화센터 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대전시는 경기장 지하 1층 주차장을 할인매장으로, 지상 1층은 실내 골프장과 수영장 등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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