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해 무력충돌 사태로 미국의 대북(對北) 정보체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 행사기간 중 미국이 가동하고 있던 첨단 정보수집 장비를 통해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인 듯하다.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반도 상공에서 첩보 위성과 첩보 비행기 등 첨단장비를 동원한 정교한 정보체계를 작동시켜 오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 축에도 끼지 못한다. 반면 우리는 귀순자 등을 통해 얻는 인적(人的) 정보에 주력해 이러한 기술정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반도에서의 활약상이 드러난 U2 첩보기의 경우 22∼24㎞상공을 날면서 지상표적을 3m 이내의 선명도로 식별 분류해내는 미국 첩보기의 ‘원조’다. 그런가 하면 1976년부터 현장 투입된 키홀(KH·열쇠구멍)11 첩보위성 시리즈는 500㎞ 상공에서 평양 거리의 노동신문 제호를 찍어낼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한 해상력을 자랑한다. 북측도 물론 이 같은 미국의 시선 앞에 자신이 벌거숭이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보수집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정보해석이다. 지난달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부쩍 잦아지는 등 ‘예고’가 있었으나 우리 군 당국이 ‘별일 아닌 것’으로 넘긴 것도 정보해석상의 실패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해사태를 바라보는 한미 간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한국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눈치가 역력하고, 미국은 다음주로 예정됐던 특사 파견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마당에 6월29일 오전 서해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온다 한들 혹시 또 한번 ‘해석상의 차이’만 드러내지는 않을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